도내 곳곳 밥 대신 빵 대체급식
기존교사 충원 '돌봄교실' 정상
소화 불안 자녀 조퇴 시키기도
▲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시작된 3일 오전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관계자들이 아이들이 먹을 대체식을 준비하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오늘 급식 없다고 해서 아침밥 많이 먹고 왔어요"

3일 수원 A초등학교 점심시간, 국을 뜨는 수저 대신 오른손에 바나나 하나를 덩그러니 들고 있던 한 학생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이 같이 말했다.

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가 총파업에 돌입한 이날, 도내 곳곳의 학교에 평소와 다른 점심시간 풍경이 펼쳐졌다.

급식실과 조리실은 텅 비었고, 대형 조리기구들은 차갑게 식어있었다.

조리용 앞치마 여러 개가 급식실 한 편에 나란히 걸려있었다.

A초교는 조리원 12명 중 9명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사흘간 급식을 간편식으로 대체한다.

이날은 친환경 머핀, 오렌지 쥬스, 바나나 등을 대체 메뉴로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당초 대로라면 곤드레밥, 팽이버섯맑은장국, 돈육LA갈비찜, 배추김치, 양념장, 메론 등으로 점심 식단이 준비 될 예정이었다.

오후 12시20분 점심시간을 앞두고 학교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각 교실 문 앞으로 음식물이 가득 든 비닐봉지를 배달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한 사람씩 차례대로 나와 담임선생님이 나눠주는 빵과 주스 등을 받아 교실에서 식사를 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집에서 식판을 챙겨왔고, 도시락을 싸온 학생들도 많았다.

가져온 식판에 담아 대체급식을 먹던 1학년 이모(8)양은 "빵보다는 밥이 좋은데 어쩔 수 없다"며 "엄마가 혹시 배고프면 먹으라고 간식도 많이 싸줬다"고 가방에 든 음식물을 보여줬다.

밥 대신 빵이 나온 것에 불안을 느낀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와 자녀를 조퇴시키는 일도 있었다.

2학년 아이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소화계통이 안 좋아서 빵을 먹으면 안 될 것 같아 조퇴하게 됐다"며 "또 날씨도 덥고, 혹시나 음식이 상했을 수도 있어 도시락도 싸지 못했다"고 말했다.

A초교는 앞으로 이어질 파업에 대비해 지난 달 27일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영양가를 고려한 간편식 식단을 마련했다.

오는 4일과 5일에는 카스테라, 요구르트, 마들렌, 무지개 떡 등이 제공될 예정이다.

A초등학교 교감은 "파업기간 동안 간편식으로 대체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파업 예정에 따른 대체 급식 안내문'을 지난 달 28일에 보냈다"며 "급식실 선생님들이 법에 의해 정당한 권리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반발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또 방과 후 돌봄교실의 경우 담당교사 4명 중 2명이 파업에 참여했지만 기존 교사들이 충원돼 돌봄교실 4개 모두 정상 운영한다고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전국학교비정규직 총 파업에 경기도 지역은 유·초·중·고·특수학교 2260개 중 1308개교(57.8%)가 참여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중 590개의 학교에서 빵과 주스를 나눠주거나, 외부 도시락으로 대체급식을 제공했다.

도교육청이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파악한 파업인원은 조리종사자, 보육교사 등 교육 공무직원 3만6296명 중 6273명(17.2%)으로 집계됐다.

/김장선 기자·김도희 수습기자 kd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