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 채소 자급자족 … 소박한 꿈 키운다

"그들 나라의 식재료로 음식 만들 수 있게"
외국인 대변 중 '새순농장' 열고 재배 시작
더 큰 꿈 위해 '아시아로컬푸드조합' 조직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한반도가 기후 변화를 겪고 있다. 지리적으로 온대성 기후대에 위치해 사계절이 뚜렷했던 한반도가 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으로 2080년에는 한반도 면적의 60% 이상이 아열대 기후에 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열대 기후는 열대와 온대 사이로 이 같은 징후는 농업에서부터 나타나 농촌진흥청 온난화 대응농업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362㏊에 이르던 우리나라 아열대 작물 재배면적이 1년 새 428㏊로 18%가 늘었다.

조종술(사진) 대한불교조계종김포마하이주민센터장은 이러한 기후 변화와 거주인구의 5%가 외국인주민과 다문화가족이라는 지역적 특성에 착안해 2014년부터 이들과 김포에서 아열대 채소 재배를 시작했다.

외국인 근로자와 난민인정자, 귀화인 등의 권익보호와 그들의 대변자 역할을 하던 그의 아열대채소 재배는 돈벌이가 아닌 그들 나라의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이들이 먹을 수 있게 하고 싶은 소박한 꿈에서 비롯됐다.
이런 그의 생각은 그와 뜻을 같이해 준, 한 지인이 기꺼이 내준 김포시 양촌읍 유현리의 1983㎡의 밭에서 실현됐다. 그는 이 곳 '새순 농장'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센터를 이용하는 외국인근로자와 다문화가족들과 함께 그들 나라에서 재배되는 채소 농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술적 문제와 노지재배다 보니 수확량이 많지 않아 함께 나눠 먹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죠."

하지만 가족과 같은 분위기에 자기 나라 채소를 직접 길러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얘기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수요가 차츰 늘어 지금은 임대까지 포함해 6611㎡의 노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노지재배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재배 품종도 처음 오크라와 연근정도에서 지금은 인디언시금치와 목이채아시아적바우새, 아시아가지, 줄콩, 고수 등 9종으로 늘었다.

그의 자급자족이라는 '새순 농장'의 실험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조 센터장은 아열대 채소를 농가의 새로운 소득 작물로 보급해 농가소득도 올리고 다문화 가정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는 구상을 갖고 최근 '아시아로컬푸드복지협동조합'을 조직했다.

그는 아열대 채소가운데는 이슬람 교인들이 '신이 허락한 좋은 것'이라는 '할랄'(Halal)이란 명칭이 붙는 음식들의 식재료로 사용되는 채소가 많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웰빙음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할랄음식에도 이들 아열대 채소가 식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을 찾는 무슬림 관광객이 75만명으로 매년 15%씩 증가하면서 주목받는 할랄산업의 한가운데 있는 것도 아열대 채소다.

타깃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변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농가소득 창출 비전을 제시하는 그의 도전이 아름다운 이유다.

/김포=글·사진 권용국 기자 ykkwu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