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 '시끄럽다' 항의 … 부모연대 "소음방지 선조치"
"장애인 배제하는 인식 아쉽다" 울분 … 자진 철수 결정
남양주시에서 발달장애인 자립을 돕는 체험홈 1개소가 이웃의 지속적인 항의와 민원 제기로 폐쇄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25일 시와 경기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 남양주지부 등에 따르면 다산동 소재 '발달장애인 체험홈'이 지난달 2일 문을 닫았다.

이곳은 부모연대가 발달장애인의 자립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 소유 주택을 이용해 체험홈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곳이다.

학령기 발달장애인들에게는 방학 기간을 이용해 일주일 동안 공동생활 프로그램을 실시했고, 18세 이상 발달장애인들에게는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1박2일 동안 여러 자립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곳을 2년간 운영하면서 세탁기 등 집안 집기 사용하기, 물건 사기, 여가생활하기 등의 훈련을 통해 발달장애인들이 스스로 일상을 꾸려갈 수 있도록 도왔다.

부모연대는 남양주 화도와 와부에서도 이 같은 체험홈을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남양주시도 소유 주택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프로그램 운영비도 지원해 발달장애인 자립에 한 몫을 해왔다.

하지만 운영기간 내내 인근 주민이 체험홈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며 매일같이 찾아와 문제를 제기했다.
체험 활동 시 매트리스를 까는 등 층간 소음을 방지하는 여러 조치를 했고, 미리 양해를 구했는데도 막무가내였다.

이 주민은 시에도 수차례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항의가 계속되자 결국 부모연대 측은 해당 장소를 시에 돌려주고 자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부모연대 관계자는 "해당 체험홈은 발달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실제 생활을 배우고 훈련하는 장소로 그간 많은 성과를 거두었던 곳"이라면서 "실제 층간 소음이 발생했다기보다 그냥 발달장애인들의 오가는 게 싫었던 것이 주민이 항의한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을 배제하는 인식이 아쉽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는 장애인을 배척하는 사람이 이 주민뿐만은 아니라는 데 있다. 이재경 민들레꽃 발달장애 지역아동센터장은 "주민들이 발달장애인 시설을 거부해온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면서 "우리 아동센터도 아파트 계약까지 다 해놓고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계약금을 날리고 쫓겨난 적이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 발달장애인 전문가는 "이번 일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서는 이들을 '별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부모연대 측이 내부적으로 운영 종결을 결정해 시에 철수를 알려왔다"면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어려움을 아는 입장에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앞으로 부모연대 측의 지원 요청이 들어오면 적극 검토해 시에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양주=심재학 기자 horsepi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