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주차장·게임장 등
구체적인 방안 없이 진행
주민들도 혈세 낭비 지적
포천시가 국·도비 사업을 추진하면서 포천시의회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시의회 위상이 땅에 추락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시와 의회에 따르면 시는 고모리 융·복합단지 조성을 포함해 산정호수 공영주차장, 밀리터리 서바이벌장 등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의회는 국·도비를 지원받기 위해 무리한 사업을 추진해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천일보 6월12·17일자 9면>

시와 의회가 논쟁 중인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고모리에 조성사업이다. 경기도 등과 함께 소흘읍 고모리 산2번지 일원(44만㎡)에 1452억원(국비 123억원·도비 280억원·민간 853억원)을 들여 섬유·가구산업에 디자인과 한류 문화를 접목한 융·복합단지로 2022년 완공 목표다.

하지만 지난해 중앙투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기본계획을 재수립하고 있다.
그러자 의회는 지난 3월 추경(1차)에서 고모리에 조성사업 타당성 조사 수수료 2억원을 삭감했다.

540여년간 자연림의 숲을 잘 보존해 광릉숲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을 산업단지로 조성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상황이 이렇자 도는 타당성 비용 2억원을 먼저 집행키로 했다. 7월 추경(2차)에서 의회가 승인하면 되돌려 받는 조건이다.
의회가 무시당한 건 이뿐만 아니다.
시는 영북면 산정리 524-1번지 일원(1만2786㎡)에 40억원(도비 22억5000만원)을 들여 산정호수 공영주차장을 조성 중이다.

의회는 2014년 12월 주차장이 하동에 조성되면 관광객들의 이용률이 떨어지고 불편을 겪는다며 부지 선정에 신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시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꼬마열차 운행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결국 당초 30억원이던 사업은 10억원이 더 늘었다.

밀리터리 서바이벌게임장 사업도 마찬가지다. 시는 2016년 11월 사업비 17억4000만원(국비 2억9000만원)을 들여 영북면 대회산리 370번지 일대(한탄강 홍수터) 4200㎡부지에 시설을 갖춘 뒤 지난해 6월 개장했다.
지난해 11월 의회는 진·출입로와 운영에 대한 문제를 여러 번 지적했다. 그러자 시는 효자관광상품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개장한 지 1년이 지난 현재 이곳은 입구도 주차장도 없는 데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예산만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의회의 지적에도 시가 꿈적하지 않자 주민들도 원성을 높였다.

주민 정모(52)씨는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의회가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공무원들이 사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가"라면서 "주민들이 낸 세금은 소중하다. 의회가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당을 떠나 서로 협력해 집행부를 철저히 감시해 추락한 위상을 되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천=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