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실장

15일 터진 북한 목선(木船) 사태는 정부의 성향이 잘 드러나는 사건이다. 뒤늦게 문책 카드를 꺼내들며 철저히 책임은 아래로 떠넘기겠다는 책임 회피성 프레임이 정부 관료 조직문화로 자리 잡은 듯하다.
역사적으로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거짓말에 있었다. 그렇다면 정부와 국민 간의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질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메시지는 명확한 사실로 확인되고 전달되어야 한다. 정부가 사실을 왜곡하면 가공된 사실이 세상의 루머로 떠돌기 십상이다. 목선 사건도 현실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눈을 속이고 알권리를 비튼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사실의 진위여부가 불분명할수록 민감한 사회적 이슈가 된다. 군과 정부, 청와대가 발표한 사실 자체가 꼭 진실이 아닐 것이라는 의구심이다. 그래서 언론보도 대부분이 사실이지만 진실과의 거리가 있을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거짓이 아닌 바른 것이 진실이다. 국민들은 이번 목선사태와 관련, 세세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모든 것을 정부 발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국정원이 처음부터 다 알고 있는 사실을 군이 나서서 늑장 혼선을 빚을 만큼 왜곡 발표한 사실은 도리어 국방 안보에 치명적 상처를 입혔다는 중론이다. 일부에서는 남북 군사합의가 작동돼서인지 군의 기강이 해이해졌다고 한다.
경계에 실패한 군의 책임은 엄중하다. 남북 분단의 현실에서 안보 문제는 간혹 루머의 발생지가 되곤 했다. 지도자들이 종종 폴리스라인에 서서 "물의를 빚어 국민께 죄송하다"고 하는 것처럼 군마저 고개를 숙일 것인가. 언론이 진실을 모른 채 사실만 보도하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일부 정권에 손을 들게 한 언론의 무지였던 사례들도 있다. 1987년 KAL858기 폭파사건은 노태우 정부를 탄생시킨 대선용 안보 소재였고, 2003년 자작 암살극으로 천수이벤이 대만 총통에 연임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진실이 됐다.

이번 목선 사태는 아직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소상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언론이 사실보다 진실 추구에 더욱 몰입하는 이유다. 황급히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진 2명과 귀순 2명의 신원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궁금하다. 대한민국의 해상 경계망이 허술하다. 호국보훈의 달, 호국 영령들이 지하에서 걱정할 국방태세가 이 지경이라면 어디서 또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말은 이럴 때 국방·안보에 유용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