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스스로를 '삼류선비'라 불렀다"
정조·벗·가족이 말하는 박지원

 

▲ 손자 박주수가 그린 박지원의 초상화. (경기문화재단 소장)

 

▲ 간호윤 지음, 소명출판, 402쪽, 1만9000원.

 

한국인으로서 연암 박지원을 모르는 이는 드물다. 이 책은 하지만 남들이 다 아는 뻔한 박지원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평전이 갖추고 있는 일반적인 형식인 인물의 일대기와 평가를 벗어나, 박지원과 관련된 11명의 시각으로 박지원의 발자취를 좇는다.

그의 아내와 아들, 처남 같은 가족의 시각이 있는 한편, 박지원의 정적이자 벗인 유한준이나 정조와 같은 조정의 인물들, 그를 모신 머슴이나 그의 제자들, 그리고 그가 스스로 평한 자신의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의 9할은 실제 박지원의 삶에 근거한다. 또 그와 한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남긴 기록에서 줄기를 찾았다. 그리고 저자는 각 인물들의 시각에서 박지원에게 말을 건넨다. 그들은 무결점의 박지원이 아니라, 조정의 이단아이자 세상 물정 모르는 선비로서의 박지원, 집에 빚쟁이가 늘어서는데도 뜻을 굽히지 않으려는 박지원, 왕에게 아부하는 대신 종에게 자신의 소설을 들려주는 박지원을 이야기한다.

황충은 '벼를 갉아먹는 메뚜기'라는 뜻이다. 박지원은 종로의 양반들을 백성을 숙주로 삼아 기생한다하여, 그들을 기생충이라고 비판했지만 당시 박지원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그러했다. 그는 뛰어난 문장가이면서도 당시 유행하던 문장을 따라짓거나 왕에게 아부하는 대신 고고히 자신만의 문장과 학문을 닦았다.

제1부 '문장, 종로를 메운 게 모조리 황충이야!'에서는 그의 정적인 유한준, 그가 모신 왕 정조, 그의 큰아들 박규수의 입으로 연암의 문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2부 '성정, 개를 키우지 마라'에서는 연암이 죽고 난 뒤 그의 성정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박지원이 종에게 들려주는 <마장전> 이야기나, 그의 아내의 이야기, 그리고 둘째 아들 박종채의 입에서 '개를 키우지 말라'는 말에 함축된 그의 넉넉한 성품을 알아본다.

제3부 '학문, 기와조각과 똥거름, 이거야말로 장관일세!'에서는 박지원의 학문에 대해 알아본다. 그의 처남 이재성, 제자였던 백동수, 그의 벗 유언호가 박지원에게 건넨 말들은 박지원에 대한 상찬(賞讚)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가 바라보는 백성과 정치, 학문에 대한 생각을 좇다보면 <양반전>이나 <호질>만으로 정의내리기 어렵다는 것을 금세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 제4부는 '미래, 연암집이 갑신정변을 일으켰지'로 연암 자신과 이 책의 저자인 간호윤이 평한 연암의 이야기다. 박지원은 스스로를 삼류 선비라고 칭할 만큼 겸손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그 까닭을 백성을 이롭게 하는 선비가 되는 데에는 주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가 꿈꾸는 미래는 '인간다운 세상'이다.

인천일보에 2주에 한번씩 '아! 조선 실학을 독(讀)하다'란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저자는 대학교 때 본격적으로 박지원을 접했고, 이후 지금까지 박지원의 행로를 찾아 따라가고 있다. 박지원의 이상에 매료되어 그에 대해 알리기 시작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