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 경기 중서부취재본부 부장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는 한자성어는 고대 중국의 민요형식 시 모음집인 '악부시(樂府詩)' 군자행(君子行)에서 찾을 수 있다. 군자의 올바른 행동을 묘사하며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오이밭에서 신발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고 경계하고 있다. 군자는 괜한 오해라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고, 행동을 삼가라는 당부다. 오얏나무는 자두나무를 말한다. 여름철에만 먹을 수 있는 과일인 자두는 과즙이 풍부하고 빨간 색감이 식욕을 돋운다. 먹을 것이 없던 시절 이야기다. 달콤한 향기를 발산하는 자두와 수분이 풍부하고 상큼한 오이밭을 배가 무척 고픈 상태라면 그냥 지나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광명시에 살고 있는 군자 입장이라고 상상을 해봤다.

"2018년 6월, 힘겹게 당내 경선을 거쳐 우리 마을 대표를 내가 지지하던 분으로 교체했다. 뿌듯하다. 하지만 내 삶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추운 겨울을 지내고 농사가 시작돼 체력도, 곳간도 이미 바닥이 났다. 마을에서 군자로 생활하려니 주변의 시선을 항상 의식해야 하고, 어디서나 마음 편하게 행동하기 힘들다. 게다가 딸린 식솔이 있어서 내 배를 먼저 채울 수도 없다. 주린 배를 감추고 군자 행세를 하려니 마누라 눈치도 보이고 스트레스가 많다. 마을을 새롭게 변화시키기 위한 마을 대표의 큰 뜻에 동참하느라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내 곳간은 여전히 비었다. 씁쓸한 마음으로 혼자 길을 걷고 있는데 자두나무가 보인다. 심지어 자두가 먹음직스럽게 익었다. 주렁주렁 열린 자두나무 아래서 때마침 풀어진 갓끈을 고쳐 묶었다. 이후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자두를 몰래 따 먹었다고 소문이 퍼졌다. 억울하다."

군자는 느닷없이 풀어진 갓끈을 고쳐 쓰기 위한 정당한 상황이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향기를 발산하는 먹음직스러운 자두나무 아래, 보는 눈은 없었다는 특수 조건으로 인해 자두를 따는 행동이었다고 오해를 받는 것이다. 현실이라면 분명 팩트 체크가 필요하겠다.
지난해 박승원 광명시장의 선거 캠프에서 활동한 A씨와 B씨의 수의계약 현황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A씨는 박 시장 선거 캠프에 이어 광명시 인사위원회에 이름을 올렸으며, B씨는 박 시장 당선 후 시정혁신위원회에서 역할을 했다. 박 시장과 같은 충청도 출신의 두 사람은 시청에서 발주하는 계약이 가능한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A씨와 B씨의 업체 실적이 하필 박 시장 임기가 시작되며 급상승했다. A씨는 2010년부터 2018년 7월까지는 단 한건도 광명시와 계약실적이 없었다. 그런데 박 시장 취임 이후인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불과 10개월 동안 약 1억1000여만원에 달하는 수의계약 실적을 올렸다.

또 B씨는 박 시장 당선 직후인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2억2400여만원을 수의계약으로, 같은 기간에 수의계약 외 계약으로 7500여만원 등 박 시장이 취임하고 1년간 3억원의 공사 계약 실적을 올렸다. 박 시장과 측근 입장에서는 오해를 받아 억울할 수 있다. 정당한 절차를 거쳤으니 무슨 문제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서민경제가 더욱 어렵고, 수의계약 체결은 '하늘에서 별 따기'인 상황에 시장 측근들의 이런 이야기는 큰 상실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