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째서야 합동조사반 가동 … 사고 실무 매뉴얼 안지켜
"이상 없다던 市 잘못 크지만 변명만 하는 환경부도 문제"
▲ [인천 도우러 온 제주 삼다수]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20일 인천 중구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제주도 상하수도본부가 보낸 생수 '삼다수'를 하역 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정치권에서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물 관리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사고 발생 초기부터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은데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을 때 늑장 대응을 하고도 인천시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환경부와 인천시에 따르면 붉은 수돗물 사태의 원인을 밝혀낸 정부합동조사반이 현장에 투입된 시점은 지난 7일이다. 수돗물 사고가 지난달 30일 처음 발생됐으니, 사고 발생 9일째에 정부 차원의 조사반이 정식 가동된 것이다.

조사반은 전문가 4개팀 18명으로 구성됐다. 환경부 과장을 반장으로 한강유역환경청과 국립환경과학원, 한국환경공단, 수자원공사, 학계 등 다양한 분야 관계자로 꾸려져 취수장부터 가정집 수도꼭지까지 전 범위를 조사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환경부의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제46차 원내정책회의에서 "수질에 문제가 있는데도 이상이 없다고 반복한 인천시에 대해 시민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다"면서 "모든 문제를 인천시로 돌리는 환경부의 무책임 또한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수돗물 사태의 원인을 파악하는데 사실상 20일이 걸렸고, 그 이유가 환경부가 인천시의 잘못된 판단과 정보에 의존해 단순 사고로 오인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환경부가 '식·용수 사고 위기 대응 실무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환경부가 제작한 이 매뉴얼은 수질 오염과 자연재해 등으로 식·용수 공급이 중단돼 국가적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복구로 주민 불편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관련기사 3면

채 정책위의장은 "따라서 환경부 장관은 이번 수돗물 사고를 인지했을 당시 관련 매뉴얼에 따라 자체 위기평가회의를 거쳐 위기 상황으로 상정하고 규정된 절차와 내용에 따라 수돗물 사고에 대응해야 했다"며 "그러나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해 대응하지 않았고 13일이 돼서 공동대응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에선 인천시에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고 꼬집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환경부는 수돗물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다음에야 뒷북 대응에 나섰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8일 보도자료에서 "환경부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자체의 노후 상수도 교체 사업에 대해 조건 없는 국비 지원을 실시해야 한다. 환경부의 수도 사업 위탁 조건과 낮은 국비 지원율이 화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가 실무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는 것은 수돗물 사고로 단수가 길어지거나 음용을 못하는 경우에 한해서다. 당시 인천 수돗물 사고는 먹는 물 수질 기준에 적합하다고 들어 정부 차원의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지금도 적수가 나오는데 수질 검사를 하면 기준치 이내다. 그렇다고 '먹어도 된다'고 말하기도 애매하다"고 밝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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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병·위장염 발병 줄잇는데 시민안전보험은 '무용지물' 인천 서구와 중구 영종지역을 강타한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가 22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재난 사고로부터 시민을 돕고자 마련된 '시민안전보험'이 정작 이번 사고에 별 쓸모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현재 적수로 인한 피부병과 장염 등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 민원이 쏟아지고 있지만, 보험금 지급 조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런 지원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20일 인천시에 따르면 올 1월 처음 도입된 시민안전보험의 보험금 지급 사례는 이달까지 총 3건이다. 지난달 화재 사고로 숨진 한 시민의 유가족에게 보험금 1000만원을 지급한 '십자포화' 맞는 상수도사업본부 붉은 수돗물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인천 지역 환경단체는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피해 주민들은 책임자에 대한 고소·고발을 진행했다.20일 인천녹색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붉은 수돗물 사태가 서구·영종 주민뿐 아니라 인천시민과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된 만큼 시민들이 납득할만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 사태를 계기로 상수도 관리체계 전체를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이들은 수계 전환에 책임이 있는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조직 쇄신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환경부 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