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예멘 난민들의 소식을 접하고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수원에서 예멘난민 쉼터를 운영하는 홍주민(57) 목사는 18일 인천일보 인터뷰에서 난민 보호에 나선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홍 목사는 오산에서 작은 교회 목사였다. 그는 독일에서 실천과 섬김을 중시하는 디아코니아 신학을 공부했다. 이후 사단법인 한국디아코니아를 설립하고 한국디아코니아대학을 열어 목회자와 신학생을 대상으로 신학을 가르쳤다. 평생 교육과 연구, 목회에 열중해왔던 그가 지난해 5월 예멘 난민을 만나면서 변신했다. 터키 음식인 케밥집 사장이 됐다. 제주 예멘 난민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제주 예멘 난민의 소식을 듣고 내가 배운 가르침을 실천해야 할 때라 느껴 당장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향했어요. 그때 난민들은 난민심사를 앞두고 있었는데, 변변찮은 침대도 없이 생활하고 있었어요."
당시 제주 난민들에 대한 비난 쏟아지던 때다. 난민들을 향한 따가운 시선에도 그들을 지켜줘야 한다는 신념이 그를 이끌었다. SNS와 지인들을 통해 500만원을 모았고, 2층 침대 수십여개를 구매해 난민들에게 지원했다. 이후에도 제주 예멘 난민들을 위해 수차례 모금에 나섰고, 식비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그는 난민들이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고 제주도를 빠져나올 수 있을 때까지 정부의 태도에 분노했다.
"제주도에 난민들이 온지 1달 반 정도 지난 시점이었어요. 정부가 제주난민들을 고기잡이배에 태웠어요. 그리고 그들은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했어요. 난민들은 한국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한국 사회에 던져졌어요"
그는 난민들이 도움 없이 한국사회에서 적응하며 생계를 꾸려나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살고 있는 오산에 예멘 난민 쉼터를 만들고, 난민들의 생활과 취업을 지원했다.
"처음에는 6명의 친구들로 시작해 지금까지 26명의 예멘 난민이 쉼터를 이용했어요. 쉼터에서 머물며 일자리를 구하고, 떠나면 다른 난민이 오는 방식이죠."
그러나 어렵사리 일자리를 소개해도 한 달도 채 안 돼 쉼터로 돌아오는 난민들도 있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열악한 근무환경과 임금체불, 해고를 수차례 봤다.
그래서 그는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그는 뜻있는 사람들과 돈을 모아 지난달 수원역 근처에 YD케밥집을 열었다. YD(Yemen Diaconia)는 '예멘인을 섬긴다'는 뜻이다.
"한국 사람들이 난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지길 기대해요. 난민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사회적 약자로 한국 사회가 품어야 할 사람들이라는 것을 모두가 인식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세계 난민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홍 목사는 난민들과 함께 인류애를 담은 케밥을 팔고 있다.
/글=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사진=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