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인 54명 도내에 거주 난민인정 받지 못해 고통
▲ 예멘 난민 아셀(왼쪽)과 히샴이 힘겹게 작성한 한국어 메모를 본지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지난해 끝없는 내전을 피해 목숨을 걸고 제주도로 온 예멘 난민들은 전국 곳곳으로 흩어져 살고 있지만 지금까지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해 임금체불과 열악한 생활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난민으로 살아온지 1년여가 지났지만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외면과 일부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은 이들의 삶을 더욱 힘겹게 하고 있다.

20일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 통계 월보 2018년 12월에 따르면 지난 1994년 이후 지난 2017년까지 정부에 난민신청을 한 난민들은 1만6173명에 달한다. 이중 인정받은 난민은 고작 4% 수준인 936명이고,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난민은 1988명뿐이다. 이는 세계 190개국의 난민인정률 30%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치다.

지난해 제주도로 들어와 난민신청을 한 561명의 예멘인도 불과 2명만 난민 인정을 받았고 412명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지난 3월말 기준 제주도를 떠난 예멘인은 323명이고, 이중 54명이 경기도에 살고 있다.

UN난민협약은 '난민에 대한 최소한의 처우기준이 준수돼야 한다'고 했지만, 한국의 난민법상 난민인정을 받지 못한 인도적 체류자들은 예외다.

이같은 상황은 정부와 지방정부의 외면이 한몫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김포시의회는 이들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김포시의회가 발의한 '난민지원조례'는 난민들의 권익증진과 생활안정을 위해 행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또한 난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근거도 담았다.

당시 김포시의회의 난민지원도례는 인도적 체류허가자들도 난민에 포함시켜 정부의 난민법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경기도와 김포시는 '김포시가 난민집성촌이 될 수 있다'며 다시 심사할 것을 요구했고, 결국 공포한 조례가 폐기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김포시의회의 이같은 사례는 도내 지방자치단체에도 영향을 미쳐 현재까지 난민지원조례 제정은 '금기어'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와 국회는 인권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난민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난민법을 악용해 난민 불인정 확정 후에 국내 체류기간을 늘리기 위해 다시 난민 신청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난민 심사의 벽을 높이고, 강제송환을 쉽게 하는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

수원에서 예멘 난민 쉼터를 운영하는 홍주민 목사는 "난민지원활동을 하다보면 한국 사회가 난민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다"며 "살겠다고 온 사람들을 온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오히려 개악을 하려는 정부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