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민 사회부 기자


278명. 인천 계양구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사는 주민 수다. 계양구 그린벨트 면적은 24.7㎢로 인천에서 가장 넓다. 행정구역 면적에서 그린벨트가 차지하는 비율도 45.6%에 이른다. 땅덩이는 크지만 그린벨트 주민 수는 전체 인구 30만7919명의 0.09%에 불과하다.
인천 그린벨트는 1972년 지정됐다.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 방지와 자연환경 보전이 목적이었다. 지정 취지대로 그린벨트는 도시 경계를 따라 위치한다. 인천에선 서울시·경기도와 경계를 이루는 남동구·계양구·서구가 전체 그린벨트 면적의 89.1%를 차지한다. 그런데 인천 그린벨트 주민 수는 모두 합쳐도 1606명뿐이다. 302만 인구 가운데 0.1%도 되지 않는다. 이들이 모두 인천시 시민청원에 참여해도 답변 요건(3000명 이상 공감)조차 채우지 못한다.

'기로에 선 그린벨트' 기획 취재 과정에서 주민들이 한목소리로 뱉은 말이 있다. "사람이 적어서 무시당한다"는 얘기였다. 반세기 가까이 개발 제한으로 묶이면서 도로나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은 탓이다. 혜택은커녕 같은 광역시인데도 차별 대우만 받았다는 불만이었다. 0.1%의 목소리는 그렇게 묻혔다. 그린벨트는 공공재 성격을 지닌다. 도시 성장을 관리하고, 미세먼지·열섬현상 등으로부터 시민 건강을 지켜주며, 생태적 공간으로서 기능을 수행한다.

인천에는 여전히 71.81㎢의 그린벨트가 남아 있다. 미추홀구(24.84㎢)와 연수구(54.95㎢)를 합친 면적에 육박하지만 99.9%의 시민에게 그린벨트는 관심 밖이다.
규제 일변도였던 그린벨트 정책은 2000년대 접어들며 해제 중심으로 흘러왔다. 인천에서도 2006년 이후 월미도 13배 크기인 8.7㎢의 그린벨트가 풀렸다. 계양테크노밸리(3.35㎢), 검암역세권(0.79㎢) 등의 개발 사업과 산업단지 조성으로 추가 해제도 앞두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개발은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이 됐다. '개발대기구역'으로 남겨진 그린벨트의 0.1% 주민은 '희망고문'에 시달리고 99.9%는 치적으로 포장된 콘크리트로 그린벨트를 마주한다.
'숲세권'이라는 표현은 최근 아파트 분양 광고에서 자주 등장한다. 자연이 주는 가치가 그만큼 중요해졌다.
내 집 앞 숲세권에 매달리는 사이 도시 전체의 녹지를 지켜준 그린벨트는 찬밥 신세가 됐다. 99.9%의 숲세권은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