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평가 팝스 '체지방' 포함 … 학생들 "성적위해 다이어트 해야" 반발

수원의 A중학교는 학생 체육수행평가 방식 중 하나로 팝스(PAPS·학생건강체력평가)를 활용한다. 심폐지구력, 유연성 등 5개로 나뉜 팝스 필수종목에서 '체지방'이 포함됐다.

체지방 측정 점수는 5점으로, 팝스 수행평가 총 점수(25점)에서 20%를 차지한다. A학교는 관련된 내용을 3월 초 학생들에게 공지하고, 2~3달간 몸무게를 조절할 시간을 준다.

이 같은 수행평가를 놓고 학교 학생들의 반응은 탐탁지 않다.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A중학교는 키·몸무게가 수행평가'라는 글이 게재됐다. 글에서 언급된 학교 학생들은 "성적을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것이냐" 등의 댓글을 달며 반발했다. "우리 학교도 그렇다"며 타 학교 학생들까지 가세하기도 했다.

경기도 내 일부 학교가 학생들의 키와 몸무게를 체육수행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방식을 놓고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수행평가는 학기 초 과목별 교사가 교과협의회를 거친 뒤 평가부서 부장, 교감, 교장 승인 등 여러 단계를 거쳐 방식이 결정된다.

이렇다보니 학교마다 평가 종목이 다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일부 학교가 체지방 항목을 수행평가에 포함시킨 점이다. 수행평가 점수를 학생이 가진 신체조건으로 매기는 꼴이 된다.

청소년인권행동단체 '아수나로' 장은채(21) 활동가는 "체지방 측정으로 학교가 학생의 신체를 통제하고 징계하고 있는 것"이라며 "학생이 충분히 인체의 다양성을 포용하고 자신의 몸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제정한 학생인권조례에 위배될 소지도 있다. 조례 제5조(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학생은 용모 등 신체조건 등을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소식을 접한 도내 타 학교 교사들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수원의 B학교 체육교사는 "팝스의 종목 중 일부를 수행평가에 넣는 경우는 있지만 체지방 측정은 반드시 뺀다"며 "체지방 측정까지 평가 항목을 넣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학교는 "다른 수행평가 종목을 추가하면 학생들에게 과중될 수 있다고 생각해 시행했다"며 "체육 시간에 다양한 운동방법을 알려주고 있고 학생 스스로도 운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수행평가 내 체지방 측정을 따로 파악하지 않았으나,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수원교육지원청은 "학교가 100여개나 있기 때문에 수행평가 항목을 일일이 확인하기에는 어렵다"며 "사실이 확인 된 부분에 있어서는 시정권고를 내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현우기자·김도희 수습기자 kd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