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인조사반 결과...10분만에 밸브 열어 압력 2배
▲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가 20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18일 세종정부청사 환경부 브리핑룸에서 김영훈 물통합정책국장이 정부합동조사단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김 국장은 적수 사태 원인은 초동 조치 미흡과 무리한 수계전환이라고 밝혔다. /세종=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인천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는 인천시의 무리한 수계 전환으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또 시가 평소에 관련 장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탓에 초기 대처에 실패, 피해가 장기화됐다고 판단했다. ▶관련기사 3·4·19면

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은 18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브리핑룸에서 인천 적수 사고에 대한 정부원인조사반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국장은 "일반적으로 수계 전환은 녹물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10시간 정도의 충분한 시간을 갖고 소화전을 이용해 배수를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시는 10분 만에 밸브를 열어 압력을 2배로 하는 등 안일하게 대처했다"며 "특히 적수가 발생했을 때 정확한 원인 파악은 뒤로 하고 자연 회복될 것으로 판단하며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꼬집었다.

상수도공사 관련 국가건설기준에 따르면 수계 전환시 수질 변화에 대한 계획을 단계별로 수립하고 현장 조사를 통해 혹시 모를 문제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게 대원칙이다.

그러나 시는 지난달 30일 정기 점검으로 가동이 중단된 공촌정수장 대신 수산정수장을 사용하는 수계 전환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무시한 채 진행했다. 문제는 이번 수계 전환이 관 흔들림 등이 심한 역방향 수계 전환이었다는 점이다.

시는 이를 고려해 중간중간 이물질 발생 여부를 확인해야 했지만 이를 소홀히 했다. 결국 유량이 시간당 1700㎥/h에서 3500㎥/h로 늘어나고 유속은 0.33m/s에서 0.68m/s로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상수도관에 붙은 물때 등이 떨어져 수돗물에 섞인 것으로 환경부는 판단했다.

시의 세밀하지 못한 장비 관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시는 정수지의 탁도(물이 흐린 정도)가 기준 이하라고 주장하며 수질에는 이상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원인조사반 조사 결과 탁도계가 고장 나 정확한 측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탁도가 수계 전환 이후 0.07NTU에서 0.24NTU까지 3배 가까이 상승했으나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했다.
김 국장은 "탁도계가 고장 났지만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초동 대응에 실패했고 심지어 관망 고저를 표시한 종단면도 없어 배수지점 확인이 쉽지 않았다"며 "이에 체계적인 방류가 지연돼 이번 사태가 장기화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한 공식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라 모든 방법과 자원을 동원해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관로 정화 작업이 끝나고 수돗물이 정상 공급될 때까지는 피해 주민들에게 생수를 공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