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 경기본사사회부 기자

 


최근 연이어 보도된 안산도시공사 채용비리 의혹 기사는 사실 시작부터 막막했다. 들려오는 무성한 소문과 주장은 많은데 정작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근거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제보된 내용과 떠돌고 있는 소문을 요약하면, '임원들이 면접관에게 특정 인물을 채용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사전 채용 리스트 명부가 있는데 명단에는 임원 등 특정 인물이 사전에 선정된 것으로 보이는 응시자 16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면접담당자가 이들의 측근임을 알도록 응시자 이름 옆에 특정 표시를 했다' 등이다.

취재는 제보와 소문의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몇 주의 시간을 보낸 후, 어느 정도 취재자료가 축적됐다. 정황상 제보된 내용과 대부분 일치했지만 단정 짓기는 어려웠다.
이러던 차에 단비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도시공사가 지난 4월부터 착수한 '기간제·단기 직원 채용 자체감사'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곧바로 도시공사에 감사 결과 자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비공개 대상이기에 '지방공기업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올라온 단편적인 결과만 알려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당시 공개된 감사결과에는 징계 인원만 표기돼 있을 뿐 처분결과, 처분이유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제외됐다. 수상했다. 관련법에는 업무에 과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한 결과를 공개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도 말이다.
이 자료를 토대로 다시 취재에 나섰다. 안산시청, 도시공사, 시의회 등을 수 차례 오가며 자료를 확보했다. 크로스 체크하며 확인했다. 그 결과 도시공사 임원 A와 B씨가 채용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돼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분 수위는 경징계였다. 채용비리를 저지른 직원의 처벌 수위가 생각보다 미약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다시 이 부분을 집중 취재했다. 아니나 다를까. 도시공사 내부·외부에서도 징계 결과를 놓고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 징계인사위원회에서도 이들의 처분 수위가 낮다는 의견이 제기된 사실도 확인했다. 특히 이들 중 B씨는 징계와 인사를 결정짓는 인사위원회 위원장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다. 도시공사가 신뢰를 쌓고, 이같은 채용비리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