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숙 백석대 교수·마인드웰심리상담센터 상담사

 

K군은 군대를 다녀온 후 두문분출하며 집밖을 나가지 않고 집에서 게임만 하고 지낸다. 집에는 엄마 아빠 아들 셋이 지내는데 누구와도 말을 하지않고 지낸다. K군의 폭력은 초기에는

 

수위가 낮게 시작됐다. 엄마를 비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다가 엄마가 "밥 먹어"라고 하면 소리지르며 "안 먹는다"고 하면서 저항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엄마가 차려준 밥상을 던지고 화분도 던지며 엄마에 대해 극도의 분노 감정을 표출했다. 이때 아버지는 개입을 하지 않고 더 큰 싸움이 될지 몰라서 조용히 아무 말도 안하고 지켜만 보았다.

부모가 이제부터는 집안의 제왕이 된 아들 눈치를 보고 아들이 목욕할 때 쓰는 비누가 떨어지지 않도록 사다 두어야 했다. 아들은 한번 욕실에 들어가 목욕을 하면 욕실 청소를 먼저 깨끗이 하고 나서야 몸을 씻었다. 강박적으로 한 시간 동안 깨끗하게 청소를 해야만 했다. 이때 엄마는 화장실도 사용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라면도 사서 쌓아두어야만 아들이 큰소리를 내지 않게 됐다. 아들의 이런 행동은 하루 이틀이 아니어서 2년이란 세월 동안 엄마는 숨죽이며 지냈고 아버지는 모른 체하고 회피하기에 바빴다. 더 이상 엄마는 한계와 두려움 속에서 자신이 미칠 것 같다며 의사에게 원조를 청했다.

그동안 집안의 이런 상황을 어느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참으며 비밀을 유지하기에 급급했다. 드디어 의사, 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들이 함께 동원돼 집을 방문하고 대화하기를 시도했지만 아들은 문을 잠근 채 끝내 열어주지 않았다. 다시 시도한 끝에 잠깐의 대화를 할 수 있었는데 아들은 엄마가 군대 가기 전 직장에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고 이용당하는 느낌만 들고 해서 그만두려고 하는데 엄마는 계속 다녀라고 나를 설득하고 "너는 일 안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너는 도대체 뭐가 되려고 하느냐"라고 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묵살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엄마하고는 말도 안하고 마음의 문도 닫아버렸다고 한다. 군대에서도 상사들의 폭언이나 폭력을 당하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자신이 불쌍하고 죽고 싶었다고 했다.

엄마 때문에 내 인생이 뒤틀린 것 같고 엄마는 내편이 아니고 엄마 중심적으로 생활비 때문에 나도 일을 해야만 하는 내가 속상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었다고 한다. K군의 현재 증세로는 초기 조현병 같은 증세와 환청까지 있었다. 대인기피증에 더 이상 집에 두면 증세가 악화될 것을 우려해서 2년 간의 은둔 생활에서 결국 경찰의 도움으로 문 밖을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반 강제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게 됐다. 엄마는 몇 년 동안 들어갈 수 없었던 아들의 텅 빈 방을 들어가 살펴 보면서 아들의 흔적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부부상담과 아들 개인상담 등 앞으로 상담을 계속하기로 했다. 엄마는 가족들이 두런두런 한자리에 앉아서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는 가장 평범한 가정생활이 얼마나 가치로운지를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아들이 원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에게 공감을 해 줄 엄마가 필요했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한계를 지정해주기를 원했을 것이다. 아들의 폭력행위는 아들의 내면표상에 자리 잡은 부정적인 엄마상, 아빠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다. 아버지는 상황을 피하기보다는 어떠한 폭력도 나의 집에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네가 이집에 사는 동안 자식으로 인정받으려면 이런 조건을 지키라고 엄중하고 단호하게 말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는 경찰에 의해서 나가야 한다고 해야 한다. 가족들이 공동생활을 하면서 지켜야 할 최선의 예의범절과 지켜야 할 규칙을 알려 주고 반복적으로 말해서 내면화되도독 해야 한다. 가정의 폭력을 묵인해서는 안된다. 잠시 말하는 것이 창피하고 수치스럽지만 용기 있게 주변사람 가운데 믿을 만한 사람이나 경찰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가족이라고 폭력을 용인하고 허용하는 순간 강화의 효과가 있어서 더 크고 강한 폭력이 자행될 수 있다.

가정에서 자녀의 폭력이 시작되면 어머니를 피하게 할 필요가 있다. 가까운 친구나 쉼터 같은 곳으로 피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폐쇄적인 가족 관계 안에 외부인이 들어오면 자식의 행동에 여러 가지 개입이 일어날 수 있다. 자녀가 등교 거부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가족, 집밖을 나가지 않은 은둔형 자녀들은 부모가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고 특히 아버지들끼리의 만남으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나누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