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하게 살고 싶어서" … 마흔에 활동가 첫발

국제NGO 좌절되고 '지속발전협'과 인연
기후변화 담당 … 인권과의 관련성 깨달아
"시민사회 육성·내부고발자 보호 일 소망"



"돈을 적게 벌더라도 떳떳하게 살자고 생각했습니다."

정태정(48·사진) 경기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기획국장이 늦깎이로 시민사회에 뛰어든 이유다. 당시 마흔이었다. 보통 시민사회 첫 출발은 20대다.

대학교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그는 1997년 우리나라 대형 엔지니어링 회사에 취업해 도로 설계 등을 맡았다. 수입도 괜찮았다. 퇴직 당시(2008년) 연봉이 5000만원 정도였다. 성과급이 나오면 더 높았다. 부장 승진도 앞둔 시기였다. 13년을 다닌 직장을 그만 둔 데는 직장에 대한 회의감이 컸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 직장은 접대 문화를 통한 영업이 관행이었다. 연차가 쌓일수록 심하다.

"지금은 풍토가 바뀌었지만 당시에만 해도 접대 문화가 있었어요. 신입사원 때는 일에 치였는데 고참이 될수록 일과 상관없는 영업을 해야만 했죠. 부정한 행위를 할 자신이 없더라고요. 되도록이면 불법적인 일은 하지 말자, 공정하게 살아보자는 생각이 강했어요."

지인들에게 퇴직하고, 시민사회에서 일하고 싶다고 뜻을 내비치자 이들은 반대했다.

그가 퇴직한 후 일하고 싶었던 분야는 국제인권이었다. 그래서 국제NGO 단체에 들어가기 위해 어학연수도 했다.

"퇴직하기 1년 전부터 이후의 삶을 준비했어요. 국제NGO에 들어가기 위해 어학연수도 준비했고, 필리핀과 캐나다에서 1년 좀 넘게 연수를 했죠. 연수 기간 집안 생활비는 퇴직금과 저축금으로 충당했어요."

모든 게 그의 계획과는 달랐다. 시민사회에서 일하는 게 쉽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나이였다. 여러 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서류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사람을 구하는 NGO단체에 이력서를 보냈는데 당시 나이가 마흔이어서 서류전형조차 안되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제가 관련 경력이 없어 팀장급으로 넣지도 못하고, 결국 간사급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대부분 20대였어요. 보통 팀장급은 30대죠. 그때를 생각하면 참 무모했어요."

그가 처음 면접을 본 곳이 경기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였고, 합격했다. 당시 도지속협은 나이 제한이 없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적응이 어려웠다. 그는 관심분야가 아니라는 점과 나이 차이를 무시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린캠퍼스, 그린스타트, 그린콜센터 등 주로 기후변화 분야에서 일했어요. 하지만 기후변화가 인권하고도 연계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대표적으로 수단 내전인데 가뭄이 심해지니까 부족간 물 다툼이 심해지고 이것이 내전, 종교분쟁으로 번졌죠. 여기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게 여성, 노인, 아이 등이에요.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좁았던 시야가 넓어진 측면도 있어요."

마음이 바뀌니 행동도 바뀌었다. 먼저 공부를 하게 됐다.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가가 되기 위해서다.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담당공무원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보통 과장, 팀장급만 돼도 그 분야에서 20년 이상 일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최소한 그들보다 해박해야 하고 논리적이어야 합니다. 즉 공부가 필요한 셈이죠. 예전에는 시민단체의 역할이 비판과 견제였다면 지금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해요."

또 다른 인생을 준비하는 측면도 있다. 그는 시민사회를 키우고 싶은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본인 스스로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봤다.

"우리 사회가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NGO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위해서는 저 스스로 감당할 그릇을 만들어야죠. 이를 통해 시민사회 육성 지원분야나 인권 분야, 내부고발자 보호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요."

/글·사진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