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진 사회부 기자
 

계절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6월 들면서 수도권 전역에 몇 번 비가 내렸다. 겨울부터 지겨웠던 미세먼지 소식이 잠잠해졌다. 하늘은 파란색을 되찾았다. 모처럼 비는 주변 풍경을 원래대로 돌려놨다.
2년 전인 2017년 7월. 인천에선 비가 말썽을 부렸다. 2일과 3일 사이 인천지역에 115.5㎜ 규모 폭우가 쏟아졌다. 그리고 23일 오전, 한 시간 동안 중구에선 85.5㎜, 미추홀구에선 110.5㎜ 강수량을 기록하는 말 그대로 물 폭탄이 떨어졌다.

물난리에 다들 고생하던 그해 7월에 유난히도 서러운 건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7월2일~3일 내린 비는 양은 많았지만 다행히 하천 범람이나 도로 침수 수준까진 아니었는데도 당시 계양구에선 16건 침수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 대부분은 반지하 주민들이었다. 오히려 계양구 내 상습 침수구역인 상·하야동이나 평동 일대는 비교적 조용했다. 상습 침수구역도 멀쩡한 강우에 반지하만 홀딱 젖은 이유는 지상과 연결된 유리창으로 넘실대는 물 때문이 아니었다. 주로 욕실이나 베란다 하수구 역류가 원인이었다.
7월23일 새벽 갑자기 내린 비는 인천지역 원도심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도로, 차량, 주택이 모두 물에 잠겼다. 역시 최대 피해 세대는 반지하 주거자들이었다. 어떤 집은 문틈, 창틈 새로 물이 들이쳤고 다른 집에선 하수구가 역류해 집이 아래서부터 잠기는 일도 있었다. 문틈, 창틈, 하수구에서 위아래로 잠겼던 경우도 종종 목격됐다.

통계청이 5년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벌이는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인천시민 100명 중 2.1명은 지하(반지하)에 산다. 서울(6.8%), 경기(2.5%)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높은 반지하 비율이다.
전문가들은 서민 주거공간인 반지하 설움은 경제·행정 기득권이 만든 인재라고 설명한다. 인천에 빌라, 주택이 난립하던 30~40여년 전, 건축비를 아끼기 위해 보이지 않는 하수 시설에는 투자를 아낀 그 시절 건설사나 정확한 배수기준 없이 허가를 내준 지자체에 탓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도 장마가 오고 한여름 소나기가 쏟아지면 밤새워 뜬 눈으로 보낼 반지하 주민들이 있다. 볕도 잘 안 드는 구조라 침수 피해 후 가재도구, 장판 말리기도 버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