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절대 주인 '민중'

 

▲ 눈이 찔린 인민(民)이 촛불을 들어 주인(主)되는 세상이 민주사회다. /그림=소헌

 

32년 전인 1987년 1월에 박종철 군은 대공수사단 남영동 분실에서 고문으로 인해 사망한다. 이를 계기로 6월에는 강력한 시위가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이한열 군은 머리에 최루탄 파편이 박혀 사경을 헤맨다. 전국은 더 뜨거운 투쟁의 도가니에 들게 되었는데 '6·10민주항쟁'은 군부독재에 대항하여 '6·29선언'을 이끌어 냈으며 대통령 직선제를 실시하게 하였다.

야당 지도자 김대중과 김영삼은 대통령 후보단일화에서 실패하였고, 둘의 관계는 매우 악화된다. 이로써 제13대 대통령선거는 '1노3김'으로 치르게 된다. 당시 후보들의 정당명을 보면, 노태우(민주정의당), 김대중(평화민주당), 김영삼(통일민주당), 김종필(신민주공화당) 등이다.

공통점을 찾았는가? 그렇다. 모든 당명에는 '민주'가 들어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사용한 정당들의 이름은 '민주'를 빼고는 만들지 못할 정도다. 민주民主란 한 나라의 주권이 백성(인민)에게 있어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상에 있는 어떤 나라도 이를 가장 위대한 정치철학으로 삼는다.

민주인민(民主人民) 나라의 주권主權은 사회를 이루는 인민人民에게 있다. '인민人民'은 국가나 사회를 구성하는 다수의 자연인으로서 민중民衆이나 민서民庶라고도 한다. 이런 말을 쓰면 분단조국의 현실에서 빨갱이라고 속되게 부르는데, 이제라도 바른 언어를 써야 한다.

▲民 민 [백성 / 민중 / 인민]
①성씨(氏씨)들이 한곳에(一) 모여 백성을 이루는 民(민)의 유래를 알면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고 끔찍하다. ②민民은 끝이 송곳처럼 뾰족한 무기로 포로의 한쪽 눈을 찔러서 멀게 하여 저항할 수 없도록 한 모습이다. 새(鳥조)에서 눈동자가 없는 까마귀(烏오)를 떠올리면 되겠다. ③그로부터 노동력을 착취하며 죽을 때까지 부려먹었으니 실로 인민(人民)의 생활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④망(亡)한 백성(民)이 氓(백성 맹)이며 ⑤백성(民)을 물()에 빠뜨려 망하게 하는 글자가 泯(망할 민)이다.

 

▲主 주 [임금 / 주인 / 주체]
①주主는 촛대(王)나 등잔에 켜진 촛불()에서 왔다. ②촛불은 횃불이 되었으니, 고대사회에서 불을 쥔 자가 주체자로서 그들은 노예의 주인이었다. ③그러다가 '불꽃'이라는 본래의 뜻은 검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오로지 주인이요 상전이며 절대적인 통치자로만 남았다.

노예제와 봉건제를 지나 민주사회에 사는 민民의 삶은 어떠한가? 노비를 지나 천민을 거쳐 그나마 평민平民으로 남게 되었다. 인민(民)이 주체(主)임을 재차 공포公布해야 한다.

일제는 황국신민皇國臣民을 줄여서 '국민國民'이라고 하였다. 일본 천왕이 다스리는 신하된 백성이라는 뜻이다. '국민'은 가장 먼저 청산해야할 단어인데도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다.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했듯이, '국민'을 없애고 '인민'이나 '민중' 또는 '백성'으로 바꾸자.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