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사회부장


인천 지역화폐 '인천e음'이 큰 인기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제로페이'를 눌렀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인천e음'은 사용금액 6%를 돌려받는 캐시백을 강점으로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 캐시백은 국비 4%, 시비 2% 지원으로 이뤄진다.
'인천e음' 캐시백을 기반으로 인천 서구가 4% 추가지원으로 무려 10% 캐시백이 가능한 서구지역화폐 '서로e음' 카드를 출시했다.

지난 5월1일부터 사용을 시작한 '서로e음' 카드는 10% 캐시백에 너나 할 것 없이 카드를 발급받아 활용하고 있다. 서구에서는 '서로e음' 카드를 쓰지 않으면 오히려 바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10만원이 11만원이 되는 파격적인 혜택을 마다할리가 없다. 쓸 때마다 10%에 해당하는 돈이 캐시로 적립되는 것을 볼 때, 왠지 거저주운 '공돈'이 생긴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이런 폭발적인 인기에 서구는 카드발급 시작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연내 발행액을 기존 10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카드 가입자 역시 연간 목표 4만6000명을 뛰어넘어 7만명에 이르렀다. 서구는 현재 10% 캐시백 혜택을 위해 42억5000만원의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 최근 구의회에 제출했다.
이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인천 연수구도 10% 캐시백을 골자로 한 지역화폐 '연수e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상 캐시백 규모는 '서로e음' 영향을 받았다. 당초 연수구는 '서로e음'보다 높은 혜택을 위해 캐시백 15% 이상을 당초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화폐 인기는 누가 뭐라해도 6%, 10%에 달하는 캐시백이다. 시민들에게 이렇게 파격적인 캐시백 즉 현금제공은 사실상 없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물가에다 한푼두푼 아껴 적금이라도 들어볼까 해도 시중은행 금리는 턱없이 낮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75%다. 이를 적용해 시중은행 적금금리도 6~36개월짜리 대부분이 1~2% 수준이다. 기준금리는 연내 0.25%p 추가 인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투자자들 시각으로 보면 알뜰살뜰하게 모아 적금이라도 들게 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세상이 된 것이다.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눈을 돌려야 하지만 일반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누구나 지갑 속에 자리잡고 있는 신용카드는 어떨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신용카드 포인트는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형편껏 열심히 써봐야 한달에 포인트 몇 천원 모으기도 어렵다. 결제 금액에 따라 5원, 10원 쌓이는 포인트로는 1년 내내 모아야 몇 만원 정도 쌓이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상황에서 1만원을 쓰고도 600원 혹은 1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지역화폐의 높은 인기는 씁쓸하게도 한 푼이라도 아껴 보자는 서민들의 지갑사정이 한몫한 결과다.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월급은 좀처럼 오르지 않건만 물가는 오르고 있고 또한 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민총처분가능소득(GNDI)은 470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4% 줄었다. GNDI는 소비나 저축으로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는 총 소득이다. 소비나 저축여력이 줄었다는 의미다. 올 1분기 총저축률은 45.3%로 전분기 대비 0.8% 줄었다. 2012년 4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란다. 여기에 서막에 불과한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도 우리 경제를 위협할 요인이라며 여기저기서 난리다.

이런 상황에서 캐시백 6%·10%는 어찌보면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줄여주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적극적인 지자체, 혹은 돈이 많은 부자 지자체에서나 누릴 수 있는 높은 캐시백은 인천시 전체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 같은 인천시민이지만 지자체에 따라 최대 10%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지역 주민들의 불만 혹은 좌절감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현금을 많이 보유한 사람이 그만큼 많은 혜택을 보는 것도 문제다. 통장에 월급이 찍히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쥐꼬리만한 현금을 쥐고 생활하는 것이 대다수다. 상대적으로 많은 현금을 보유한 자만이 지역화폐로 이른바 '금테크'라도 누려볼 수 있다.

지금의 6%, 10% 캐시백은 과연 누구의 돈인가.
바로 우리들이 낸 세금이다. 이 캐시백 혜택이 과연 5년 10년을 지속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내년부터는 캐시백 혜택을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나돌고 있다.
이런 사정을 볼 때 경쟁적으로 캐시백 비율을 높이고, 발행규모를 확대하는 것만이 과연 최선인지 묻고 싶다. 그 높은 인기 속에 숨어 있는 서민들의 답답한 사정을 이해할 이는 과연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