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은 '모든 선열' 기리며

 

▲ 弔(조)는 활(弓)이나 총을 메거나 땅에 꽂아( ) 조상하는 모습이다. /그림=소헌

 

"한 많은 대동강아 변함없이 잘 있느냐? 모란봉아 을밀대야 네 모양이 그립구나. 철조망이 가로막혀 다시 만날 그때까지 소식을 물어본다. 한 많은 대동강아 … "

1958년 '손인호'가 부른 노래를, 얼마 전에 있었던 트로트 심사에서 무명가수 '송가인'이 다시 불렀다. 그녀는 이 노래를 통해 정통트로트 가수라는 찬사를 받으며 최고 자리에 올랐다.

"비 개인 긴 언덕에 풀빛이 푸른데 남포에서 그대를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대동강 물은 그 언제 마를까? 이별 눈물이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해지는데" (雨歇長堤草色多 宋君南浦動悲歌 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

고려의 문인 '정지상'의 7언시 <송인送人>이다. 금나라를 정벌하자며 진보를 외친 그는 묘청을 도와 난을 일으켰는데 결국 사대를 주장하는 김부식에게 처형당했다.

이별의 한恨이 서린 대동강은 평양이나 분단된 겨레의 핏줄을 상징한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가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강이다. 하지만 북한에는 현충일이 따로 없다.

현충조의(顯忠弔意) 현충일에 조기弔旗를 달며 가신 이들을 슬퍼하다. 그렇다면 이날 추모하는 대상은 누구인가? 정부 규정에는 단지 한국전쟁에서 사망한 남한군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모든 선열을 포함한다고 되어 있다.

▲弔 조 [조상하다 / 위로하다 / 마음 아파하다]
①弔(조)는 활(弓궁)을 어깨에 걸친() 모습이다. 조문을 하려고 먼 길을 떠날 때는 짐승을 막기 위해 활을 가지고 갔다. ②조弔는 땅을 뚫고(곤) 활(弓)을 꽂은 것이다. 전투에서 동료가 죽으면 땅에 그가 쓰던 총(활)을 세워 조상弔喪하는 모습으로 이해하자. ③속자는 吊(조)다. 사람(口)이 죽으면 흰 수건(巾건)이나 보자기로 얼굴을 덮는다.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意 의 [뜻 / 헤아리다 / 생각하다]
①音(소리 음) 해(日)가 뜨면 얼른 일어나라고(立립) 알람 음악(音음)이 울린다. ②意(의)는 상대방이 말하는 소리(音)가 무슨 뜻인지 마음(心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며 ③의意는 바르게 서서(立) 밝은(日) 마음(心)으로 큰 뜻을 품는 것이다.

미국의 현충일은 Memorial Day다. 퇴역군인의 무덤에 깃발을 꽂는 데서 Decoration Day라고도 한다. 처음에는 남북전쟁 당시 사망한 남부군 전사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전역에서 희생된 병사를 애도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헌법에 '한국의 영토는 한강토(한반도)와 부속 도서로 한다'고 명시했다. 따라서 이곳에 사는 사람은 같은 백성으로 보아야 한다. 한민족 최대 비극인 6·25 한국전쟁에서는 남한군 13만7899명과 북한군 52만2000명이 전사했다.

그런데 어찌 죽어서까지 이들을 갈라놓으려 하는가? 함께 조의弔意하여야 한다. 그것이 다가올 통일統一을 대비하는 자세다. 통일되면 조상弔喪했던 활을 뽑고 민족의 원한도 뽑아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