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휘 변호사

연예인의 부모, 지인들로부터 사기피해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이른 바 '빚투'가 최근 이슈화 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빌린 돈을 갚지 않은 경우 사기죄로 처벌되는지 여부와 관련이 있다 할 것입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친구들 간에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거짓말을 하는 경우 '사기 치지마'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합니다. 그러나 '사기(죄)'라는 형법상 죄명은 일반인들이 그 내용이나 실질에 대하여 별 생각 없이 쉽게 사용하고 있으나, 일반인들이 사용하거나 이해하는 사기와 형(사)법상의 사기(죄)는 분명한 차이가 있고 이들은 구별되어야 할 것입니다. 즉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모두 사기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34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기죄'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얻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이러한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타인을 속여서(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가 착오를 일으켜(속아서) 재산상의 처분행위를 한 결과(돈을 건네는 등)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기죄와 관련하여 실무에서 가장 많이 문제되는 것이 차용금(대여금) 사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차용금 사기는 차용자가 돈을 빌릴 당시 변제능력이 없었거나 변제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이러한 능력이나 의사가 있는 것처럼 타인을 속여서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린 후 갚지 않음으로써 성립하게 됩니다.
차용금 사기죄에서의 핵심은 채무자가 돈을 차용할 때 변제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단순 금전채무불이행의 민사문제가 되거나 형법상의 사기죄가 성립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즉 차용금에 대한 사기죄는 금천차용 행위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 피고인이 차용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후에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8. 2. 14. 2007도10770 판결 등 참조>
변제의사 또는 편취의사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어서 차주가 자백하지 않는 이상 차주가 돈을 빌린 후 도망을 갔다거나, 대주 몰래 전화번호를 바꾸거나, 연락을 받지 않는 등의 정황을 통하여 판단하는 것이 보통이고, 변제능력은 거래당시 차주의 재산상태, 직업, 거래의 과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게 되고 이에 대한 입증이 있다면 차주는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변제능력과 관련해 차용당시에는 변제능력(경제적 능력)이 있었으나, 그 이후에 변제능력을 상실한 경우에는 형사법상의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고 이는 결국 민사소송을 통하여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편취의사, 변제의사나 변제능력 여부에 관한 판단 및 피고인의 기망행위에 대한 판단은 상당히 어렵다 할 것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피고인의 편취의사와 관련해 피해자가 차주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었는가 하는 점, 피해자의 인식여부 및 정도도 편취의사를 판단하는 근거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2013도 14516 판결에서 "피해자는 차용자와의 인적관계 및 계속적인 거래 관계등에 의하여 차주의 신용상태를 인식하고 있어 장래의 변제 지체 또는 변제불능에 대한 위험을 예상하고 있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경우에는 차주가 차용 당시 구체적인 변제의사, 변제능력, 차용 조건 등과 관련해 소비대차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허위 사실을 말했다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다면, 차주가 그 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였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변제능력에 관하여 대주를 기망하였다거나 차주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해 대주인 피해자의 인식 여부도 편취의사를 판단하는 근거로 채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전뿐만 아니라 요즘도 돈을 빌려준 후 못 받으면, 우선 사기죄로 고소해 놓고 보는 경향이 많은데 이를 '민사사건의 형사화'라 하여 수사 인력의 낭비, 개인 간의 거래(금전)관계에 수사기관과 형사 법원이 이에 개입하는 것에 대한 많은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무엇보다도 금전대여관계에 있어 차주가 돈을 갚지 않은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위에서 살펴본 사기죄의 성립요건을 주지하고서 대주나 차주 모두 금전거래에 있어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