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미숙한 대처…공포 확산
주민 '셀프 검사' 등 자구책
해당지역 69개교 급식 차질

"여기 남동구 수돗물에서도 뭐 나오는 거 같아요.", "샤워 필터기 공동구매할 연수구민 모집합니다."

인천 서구 붉은 수돗물 공포가 지역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인천시의 미숙한 대처로 사고가 6일째 이어지자 '우리 동네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인천을 휩쓸고 있다.

인천상수도사업본부는 붉은 수돗물 사고 발생 6일째인 4일 하루에만 불편 민원 113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민원을 제기한 시민들은 서구뿐 아니라 타 지역 가정과 학교 수질이 이상 없는지 궁금해 하며 수질검사 진행을 요청했다.

주민들은 서구 상황을 실시간 공유하며 '셀프 수돗물 검사'를 해 보는 식으로 불안감을 달래고 있다. 어린 아이나 노인들이 있는 가정은 더욱 예민하게 반응해 수도에 필터를 연결하거나 정수 기능이 있는 샤워기를 자체 구매하는 분위기다.

사고 발생 며칠이 지난 후에야 재난 문자를 보내고 붉은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고 언급하는 등 시의 무책임한 수습이 이런 시민들의 불안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돗물로 급식을 만드는 학교 현장에 사고 내용을 제때 알리지 않아 학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처음 서구 3개 학교에서 물이 이상하다는 보고가 들어왔을 땐, 학교 노후관이나 개별적인 이유인 줄 알고 주말까지 각자 배수 작업을 벌이는 등 애를 먹었다"며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설비 검사를 위해 관로를 교체한다는 공지도 없었고 이후에 어느 학교에서 피해가 예상된다는 설명을 안했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서구와 영종 일부 학교들은 지금까지도 학생들 밥을 제대로 못 먹이는 실정이다. 시교육청은 지난 3일 해당지역 69개교에 자체 조리한 급식을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냈고 이 중 49개교는 간편식으로 대체, 13곳은 단축 수업, 2곳은 개인 도시락을 싸오도록 결정했다. 나머지 5곳은 생수를 구입하거나 지하수를 활용해 급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게다가 학생들은 학교 수돗물로 손도 씻지 못하는 등 비정상적인 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4일 서구 검단·검암·청라 등 주민들은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가 먹어도 된다는 물 때문에 복통과 배탈로 주민들이 병들어 간다"며 "환경전문가, 의료진 등을 포함한 민관합동조사단을 만들라"고 항의했다.

/장지혜·김원진 기자 j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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