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춤판' 논란 … 최 시장 "사려깊지 못한 부적절한 행동"
정치권 "진정성 못 느껴"- 시민단체 "통렬한 반성을" 비판
▲ 최대호 안양시장이 '5·18 춤판' 논란에 대해 4일 사과했지만 "시기도 늦었고, 내용도 부실한, 진정성 없는 사과 발표"라는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20일 최대호 시장이 안양시의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인천일보DB

'5·18 춤판' 논란을 빚은 최대호 안양시장이 17일만에 사과했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진정성 없는 사과라며 규탄 행사를 예정대로 추진하는 등 역풍이 불고 있다. <인천일보 5월24·30·31일자 19면, 6월2일자 1면>

최대호 시장은 4일 예고없이 안양시청 기자실을 찾아 "5월 18일 축제와 관련해 심려를 끼친데 대해 국민여러분과 특히 광주시민, 안양시민께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사려 깊지 못한 부적절한 행동"이라면서 "시민 여러분들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시정 책임자로서 모든 행동에 보다 신중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5·18광주민주화항쟁은 우리 역사의 심장과도 같은 매우 중요한 민주화 운동이었다. 저의 이와 같은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 시장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변명으로 일관했다.

최 시장은 사과문에서 "이날 행사에서 계획됐던 불꽃이벤트를 취소하고 행사에 앞서 5·18 민주화 영령을 기리는 묵념의 시간도 가졌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자신을 규탄한 한국당을 비난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것에 대해 5·18에 대한 또 다른 모독이라는 점과 심히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최 시장의 뒤늦은 사과 소식을 들은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 "3주가 넘어가는 시점에 사과문을 발표하고, 내용도 부실하고, 진정성 조차 느낄 수 없다"면서 "자기가 어떤 행동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옆구리 찔려 마지못해 한 사과"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 불꽃이벤트 취소하고, 묵념했으면 괜찮다는 얘기인가, 5월18일 광주민주화항쟁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날에 춤추고 노래했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뼈아픈 성찰을 했다면, (시장 직을)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비판했다.

안양·군포·의왕민주화운동사업회 관계자도 "진정성 없는 형식적인 사과였다. 자기변명하기에 급급한 사과 발표였다"면서 "불꽃이벤트 취소와 묵념을 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날, 그런 행사에 참가해 춤추고 노래한 점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양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최 시장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5일 안양시민사회단체협의회 차원의 규탄 기자회견 및 성명서 발표를 위한 회의를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안양정의사회구현실천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당원 등은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당사 앞에서 최 시장의 윤리위원회 제소 요구서 제출 및 최 시장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손영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원장도 개인 논평을 통해 "비통함을 느낀다. 책임지는 모습은 눈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며 "민주화운동하신분들의 가슴을 후벼 판 행동은 영원히 용서받지 못 할 일이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안양시의회도 대응에 나설 뜻을 밝혔다. 음경택 자유한국당 안양시의원은 "사과문 중 '자유한국당이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명예훼손 여부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재수 기자 jjs3885@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