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경 논설위원

"조만간 상황이 나아질 것이니 두고 보라." "정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으니 연말이나 다음 분기에는 나아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를 말할 때 가장 자주하는 얘기다. 현 정부의 경제 콘셉트는 희망과 낙관이다. 눈앞에 어떤 극한의 상황이 벌어져도 중단 없이 밀어붙인다. 남이 뭐라 하건 돌아보지도 않고 물러서지도 않는다. ▶현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지금까지 경제에 대해서만큼은 기대와 낙관론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기 경제 상황에 대해 "내실 있는 성장은 아니지만 수출이 증가하고 있어 고용과 소비만 살려낸다면 내리막 길을 걷는 우리 경제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도 경제낙관론은 변화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2주년 대담에서 경제와 관련, "다행스럽게도 서서히 좋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거시적으로 볼 때 한국경제가 크게 성공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현실 경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도 예외이지 않다.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이 2019년 대한민국의 경제가 어둡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던 지난해 하반기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연말까지 믿고 기다려 달라"며 "내년에는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얼마전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고용상황이 작년보다 개선되고 있고, 어렵기는 하지만 희망적"이라며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 정부의 경제낙관론은 말릴 수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국민이 바라보는 시각은 그렇지 않다. 온통 우려와 걱정이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경제 통계조사는 어디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하는지 현실 경제와 동떨어진 정부 통계치에 의문을 가질 지경에 이르렀다. 몇년 전 어려운 고용 현실을 이용해 취업준비생에게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주 적은 월급을 주고 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열정페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와 함께 '희망고문'이란 단어가 우리 사회 한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어로 사용되고 있다. '희망고문'은 말 그대로 실현하기 어려운 희망을 미끼로 해 상대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희망은 모든 악 중에서도 가장 나쁜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고통을 연장시키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희망이 실현 가능한 꿈이 되어야지 나쁜 악이 돼 고통을 줘서는 안될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낙관론은 국민에게 '희망 고문'과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