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화 경기 동부취재본부 부국장

경기도 광주에 대형 물류단지가 집중 조성되고 있다. 택배 등 도심 물류 수요 증가에 맞춰 메가 집배송시설을 갖춘 '첨단 공룡창고'들이 들어선 것이다.
청정지역 생태도시 광주가 '물류단지 집적지'로 전락하면서 점차 옛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오랫동안 보존해 왔던 산허리는 싹둑 잘려 나가고, 초월읍과 도척면에 택배 물류시설이 들어서면서부터다.

현재 경기도에는 26개 물류단지(전국 52%)가 있는데, 그 중 9개(경기도 35%)가 광주에 있다. 2곳은 운영 중이고, 나머지는 토목공사 중이거나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전체 면적이 239만8000㎡(72만6000평)에 이른다.
이들 물류단지 조성은 국토교통부가 실수요 검증을 하고, 경기도가 인허가를 내주는 구조다. 그러다보니 지정권자와 실수요자 검증 평가자, 사업시행자가 서로 달라 관리 주체가 불명확하다. 그 과정에서 물류단지는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2014년 물류단지 총량제를 폐지하고 실수요검증제를 도입한 이후 광주에 물류업체들이 몰려들고 있다. 교통이 양호하고 각종 규제에 묶인 땅값이 저렴해서다.

시민들은 '물류단지 결사 반대'다. 혜택은 물류기업이 누리고, 주민은 피해만 당하고, 지방 자치단체는 사후 관리 비용을 떠안는 모순된 구조이기 때문이다. 광주가 그 폐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오포읍 주민들은 공사 중인 오포물류단지 앞에서 지난해 8월부터 매주 토요일 물류단지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마을 옆 대형 물류단지의 인허가 과정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퇴촌·남종면 주민들은 환경파괴를 우려하며 퇴촌물류단지의 감사원 감사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9개 물류단지 반대 시민촛불시위를 벌이는 등 지속적인 집단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초월물류단지에서 보듯이 물류단지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조성단계의 유혹은 장밋빛 허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생산시설이 아니다보니 규모에 비해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효과도 미미하다.
신동헌 광주시장도 물류단지 조성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민들의 여론을 조사하고 상급기관에 반대 건의서를 보내며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큰 효과는 없는 듯하다. 국토부와 경기도가 실질적인 인허가 권한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물류단지 토목공사가 경기도 소관인데 반해, 광주시는 이들 물류단지의 건축 허가권을 쥐고 있다. 최소한 건축공사로 인해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꼼꼼히 챙겨 볼 일이다.

물류단지는 산업단지 특례법으로 지방자치단체의 10년 단위 도시기본계획까지 망가뜨리고, 무분별한 입지로 상수원 수질보전 대책도 무력화시킨다. 여기에 국가가 전략산업으로 업체에 세제감면혜택도 주지만 해당 지역에 투자나 지원은 없다. 실수요검증 단계에서 주민의견을 반영하는 평가항목이 없다. 사업 승인 때는 단순 물류창고였다가 분양 때는 택배 물류시설로 둔갑해 수십 배나 많은 교통수요를 유발하기에 교통량을 예측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결국 광주의 물류단지 난립은 파편화되고 불합리한 제도의 산물이 됐다. 물류제도의 정비와 함께 국가시설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또 시민들이 인허가 과정에 특혜와 비리 의혹을 제기한 만큼 투명하고 공정한 조사로 의혹들이 해결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