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토론회 … "사회 구성원 인식이 해결 첫 걸음"
"초등학교 때 휠체어를 타고 친구와 하교하는 길에서 동네 할머니들이 저를 가리키며 '부모가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저렇게 태어났다'고 이야기 했던 순간을 잊지 못해요."

3일 경기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혐오표현 예방과 대처 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박미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혐오표현에 시달리는 사람들과의 심층면접사례를 소개했다.

심층면접사례에는 여성과 난민, 성소수자, 장애인, 외국인, 난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표현이 대부분이다. 혐오표현을 경험한 사람들은 사회 전체를 불신하고, 범죄의 두려움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최근 온라인 등에 만연한 '혐오 표현'의 심각성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도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인권위는 우리사회가 혐오 표현을 자체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고 평가하고, '혐오·차별특별추진위원회(추진위)'를 설치해 혐오 표현이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기로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해법 모색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기도의회는 이 같은 혐오표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 혐오표현 예방 및 대처에 관한 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사무국장은 "혐오표현이 만연된 이유와 배경에 주목해야한다. 혐오에 대한 규제에 앞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혐오는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괴롭힘의 한 방식'임을
인식해 차별해소를 위한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미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회적 약자 내지 소수자 집단을 타겟으로 한 비하적 농담과 사소한 언사는 그 표현이 반복되면서 그 집단에 속하는 구성원들에 대한 혐오를 유발하고, 궁극적으로는 이들에 대한 차별적 취급으로 이어진다"면서 "혐오표현을 막기 위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차별의 개념 설정을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혐오표현 방지교육을 정규 교과과정으로 편성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옥분(민주당·수원2)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장은 "혐오표현이 무엇이고, 왜 예방하고 대처하는지를 사회 구성원이 인식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 단추"라며 "조례로 혐오표현을 규제하고 처벌하기보다는 사전에 예방하고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