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전화서 10년 상담 하다
실질적 도움 주고파 의원으로
이주여성·헌책방 지원에 힘써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그들 마음을 헤아려주는 구의원이 되려고 노력 중이에요."

10여평 남짓한 윤재실 인천 동구의원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수십여 가지 심리학 서적이 먼저 눈에 띈다. 지난해 7월 동구의원으로 처음 의정 활동을 시작한 윤 의원은 구 주민 누구에게나 의원실을 열어두고 있다.
의원실에는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차와 상담에 필요한 감정 카드, 공감 카드 등이 준비돼 있다. 윤 의원은 그동안 상담 경험으로 개인의 고민을 듣고 공감해준다.

공무원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공무원들은 구청사 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상담소가 없기 때문에 이곳을 찾아 얘기를 나누곤 한다.

▲상담사에서 구의원으로

윤 의원은 인천 여성의전화에서 10여년 동안 활동했다. 그가 인천 여성의전화에서 처음 맡은 일은 예산 정리 업무였다. 컴퓨터를 잘 다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윤 의원은 상담을 하고 싶다는 집념이 강했다. 그는 지난 2011년 인천 여성의전화 부속의 울랄라 쉼터 소장까지 맡게 된다. 울랄라 쉼터는 이주 여성 피해자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이다. 이어 윤 의원은 지난 2015년 인천 여성의전화 대표를 하게 된다.

"상담 일을 너무 하고 싶었지만, 예산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계속 사무직을 맡았어요. 그때 상담을 해주는 분들을 보며 너무 부러웠죠. 근데 지금 와서 보니깐 당시 자금 흐름을 볼 수 있었던 게 도움이 돼 울랄라 쉼터 소장과 대표직을 해낼 수 있었어요."

개인에 대한 관심이 점점 깊어져 지역으로 나아갔다. 결국 윤 의원은 구의원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제 주변에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으로 상담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러나 상담으로는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었어요. 개개인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다가 지역 살림살이를 챙길 수 있는 구의원이 돼야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작은 목소리를 위한 '상담소' 필요

개인의 고민을 듣고, 해결해 왔던 윤 의원은 의정 활동에서도 취약한 이들을 돕는걸 중시한다. 그의 첫 의정 활동은 소장이었던 울랄라 쉼터에 부족한 예산을 지원해 이주 여성자들을 돕는 것이었다. 이후 동구 효행 장려를 위해 관련 조례 개정과 헌 책방 지원과 성인지 예산의 실효성 향상을 위한 조례 등을 발의했다.

"거대한 변화도 중요하지만, 소외된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부터 천천히 고쳐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현장에서 활동했던걸 토대로 여성, 노인, 어린이 등 사회에서 소외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윤 의원은 동구에 상담소가 없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한다. 이번 임시회에서 윤재실 의원은 동구 지역 상담소 필요성을 얘기할 계획이다.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가정폭력에 관한 상담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인천시에는 8개소만 운영되고 있어요. 안타깝게도 그중 동구에서 운영되고 있는 상담소는 없어요. 동구에서 어떤 가정폭력이 발생하고, 피해자들에게 어느 수준과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치가 부재한다는 걸 뜻하죠. 사회적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예방하기 위해서 상담소 설치는 꼭 필요해요."

/글·사진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