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부터 10척 뱃길 공유 "총체적 시스템 점검 필요"
▲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을 태우고 가던 유람선 '허블레아니'가 다른 유람선과 충돌해 침몰했다. 사진은 30일(현지시간) 사고 현장에서 구조 및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로이터통신


헝가리에서 침몰한 유람선에 다수의 한국인이 탑승했다는 소식에 온 나라가 비통함에 잠긴 가운데, 이번 선박 사고가 오는 12월 크루즈선·카페리 복합부두 운영을 앞둔 인천에 큰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이미 인천항 크루즈터미널이 개장한 항만구역 내 신국제여객터미널이 본격 운영되면 크루즈선과 한중 카페리가 뱃길을 공유하는데다 심지어 선석(부두에서 배를 대는 자리)도 함께 사용해 선박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특히 이 해역엔 짙은 안개가 자주 껴 사고 위험성이 다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정부와 인천시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오후 9시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33명과 현지인 승무원 2명을 태운 유람선 '허블레아니'가 전복됐다.

이들 중 7명은 구조됐으나 7명은 숨졌다. 나머지 21명은 실종됐으며, 인천시민 5명이 실종자 명단에 포함됐다.

특히 이번 사고는 대형 크루즈선이 선착장으로 향하던 허블레아니를 들이받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람선 관광 등이 포함된 여행상품을 판매한 참좋은여행사의 이상무 최고고객책임자(CCO)는 이날 서울 중구 본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현지 협력사 직원 1명과 구조된 생존자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 선박은 강을 한 바퀴 돌고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는데, 대형 크루즈가 선착장에서 출항한 뒤 뒤에서 우리 선박을 덮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2017년 12월 15명이 숨진 영흥도 낚싯배 충돌 사고를 겪은 인천에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이런 상황에서 올 12월 크루즈선과 한중 카페리가 오가는 복합부두의 본격 운영을 앞두고 선박 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지난달 송도국제도시 9공구 인근에서 국내 최대 규모로 지어진 인천항 크루즈터미널 개장식을 갖고 운영에 들어갔다. 12월에는 이 터미널 바로 옆에 신국제여객터미널이 들어선다.

당장 연말부터 크루즈선과 카페리 10척이 뱃길을 공유하게 돼 이들 선박 간 근접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해역에서 자주 발생하는 안개도 사고 위험도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선석 공유도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현재 복합부두는 22만5000t급 크루즈선 전용 선석 1개와 5만t급 선석 1개, 3만t급 선석 6개 등 모두 8개 선석으로 이뤄졌다.

문제는 대형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입항하면 한중 카페리 2척의 접안시설인 3만·5만t급 2개 선석을 크루즈선용으로 임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입출항 과정에서 선박 간 충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귀복 인천항발전협의회장은 "특히 송도에 안개가 많이 껴 인근에서 운항하는 선박들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인천 앞바다엔 크루즈선과 카페리 뿐 아니라 어선, 연안선 등 다양한 배들이 오가기 때문에 선박 사고에 경각심을 갖고 총체적으로 안전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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