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신입생 무상교복 '얼룩' 지우고 내실있게
어느덧 따뜻한 봄을 지나 더위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어느새 교복 자켓을 벗고 반팔 차림으로 등교하는 우리 학생들의 옷차림을 보면서 빠른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작년 9월 인천시와 인천시의회, 인천시교육청은 '교육자치와 지방자치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교육특별시 인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공동선언문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중·고등학교 무상교복 지원이었으며, 관련 기관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올해 중·고교 신입생들에게 무상교복을 전면 도입해 5만명 이상의 지역 학생들이 교복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인천이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신입생 전원의 교복을 무상 지원하는 도시가 된 것입니다.

교육을 위한 기본 복장인 교복은 그동안 학교의 편의에 의해 정해지고 신입생들은 이를 강제적으로 수용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에 인천시의회는 국가 혹은 지역의 교육주체가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습니다. 다행이 어려운 지역경제에도 불구하고 무상교복에 대한 사회적 협의가 이뤄진 것에 대해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 무상교복 사업에는 여러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주요 문제점으로 첫째, 무상교복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교는 학부모에게 경제적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교육청에서 정한 1인당 무상교복 지원금은 26만6000원으로 교복은 학교별 입찰 공고를 통해 구매하고 있습니다. 낙찰 결과에 따라 학교별 교복 가격에 차이가 발생하며, 낙찰 금액이 지원금보다 낮은 경우 셔츠 등의 추가 물품을 지급 받을 수 있는 반면에 낙찰 금액이 지원금을 초과할 경우 그 차액을 학부모들이 부담하게 되는 것입니다. 참고로 올해 인천시교육청이 정한 교복입찰 상한가는 30만1170원이었습니다.

두 번째 문제점은 납기일 미준수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새 교복을 입고 등굣길에 나섭니다. 하지만 제때 교복을 지급받지 못한 사례가 다수 발생했으며, 심지어 몇몇 학교에서는 개학식에 교복을 입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세 번째 문제점은 재고상품 지급입니다. 학생들은 최근에 만들어진 질 좋은 교복을 지급받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상당수의 학생들이 별도로 규정한 년도 표기를 하지 않았거나 몇 년 지난 교복을 지급 받았고 심지어 5년 이상 지난 교복을 지급받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계약사항을 위반해 교복에 명찰을 부착해주지 않거나, 바짓단에 시접 처리를 해주지 않는 등 학생과 학부모에게 불편함과 추가의 비용부담을 야기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무상교복은 매년 약 140억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입니다. 시민들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이 사업이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지출의 가치를 떨어트리고 시민들의 혈세를 잘못 집행한다고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이전에는 교복 비용의 부담 주체가 학부모였지만 지금은 무상교복 사업 시행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관계 기관의 책임감 있는 행정과 올바른 정책수립 철저한 관리·감독이 꼭 필요한 때라고 봅니다.

시행 첫해인 올해의 문제점을 잘 파악해 더는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청에서는 납기일을 지키지 못한 업체에 대해 지연배상금을 청구하고 재고품을 납품한 업체에 대해서는 신상품 교환 요청과 함께 계약 위반사항 발생 시 부정당업체 제재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입찰공고문에 대한 표준안을 마련하고 교복 납품에 대한 사후 평가와 교복 구매 관련 매뉴얼을 보완하는 등 각종 대책이 필요합니다. 학교에서는 계약이 단위 학교별로 이루어지는 만큼 계약이행 여부를 면밀히 확인해 우리 아이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인천시 역시 '인천광역시 무상교복 지원 조례'에 따라 자체 브랜드를 적극 개발하고 품질과 서비스를 위한 경쟁을 유도해서 고품질의 교복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교복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시기에 입는 옷입니다.

무상교복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옷 한 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창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보편적 교육복지 실현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년에는 무상교복 사업이 내실 있게 추진되도록 다방면으로 살펴볼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만약 학생들이 안전하고 질 좋은 교복을 제공받고 학부모들은 경제적 부담이 줄어든다면 인천교육은 한 단계 발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