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이 배출한 검여(劍如) 유희강(柳熙綱)의 작품과 혼을 잃었습니다. 
당대의 전통서예 대가 검여의 습작을 포함한 천여점의 작품을 고스란히 서울로 빼앗겨 시민사회와 문화계가 분노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10여 년 전부터 유족과 후학들이 유물로 남은 검여의 작품 기증을 인천시에 타진해 왔지만, 최근 인천시 문화관광체육국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고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문화 행정의 인수인계 업무가 부실한 탓도 있습니다. 

▲ 시 문화행정 안목이 수준 이하라는 비판이 거셀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검여 유족측은 3년 전 인천시에 공문을 보내고 답신도 받았지만 결국 인천시는 모르쇠로 결론지었다고 합니다. 
유족들은 한때 시립박물관에 작품 기증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수장고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 검여의 작품이 서울 성균관대에 기증돼 전시회에 나옵니다. 

▲ 길이 34m 크기에 삼천스물네개의 글자를 써내려간 '관서악부(關西樂府)' 작품 전체가 성대박물관에 처음 걸렸습니다. 
지금까지 관서악부 작품 전체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번 전시는 추사 김정희 이후 최고의 명필이라는 세평을 듣고 있습니다. 
검여가 세상을 달리 하기 전 중풍을 무릅쓰고 쓴 좌수서(左手書)에 대한 가치도 천정부지라는 평가입니다. 

▲ 검여의 인천 연륜은 남달랐습니다. 1950년대 중반 인천시립박물관장, 인천시립도서관장 등을 연이어 역임했고 문화훈장도 받았습니다. 
검여는 인천 시천동 출신으로 고향 인천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으리라 이해됩니다. 
그러나 인천 스스로가 검여를 작품 속에서 불러낼 수 없게 됐습니다. 이 뿐이겠습니까.

▲ 인천시가 스스로 거부해 인천을 떠난 문화유산도 여럿 있다는 지적입니다. 
서예 대가 동정 박세림의 작품도 충남 대전대로 넘어갔고, 작곡가 김점도의 가요책자, 레코드판이 경기 신나라레코드로 옮겨졌습니다. 인천시 문화정책이 임기응변과 상황논리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그대로 드러난 셈입니다. 
정작 진정한 인천의 문화가치를 세울 수 있는 안목이 부족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 시 문화정책의 전문성 함양과 풍토 조성이 시급합니다. 미래 인천문화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도 '문화대란'으로 비약될 수 있는 이번 사태에 특단의 조처가 필요해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무사안일이 시 행정부서 곳곳에 침체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 인천시가 각종 정부 정책에서 홀대받는다는 푸념이 종종 있었습니다. 
하물며 인천시 스스로가 인천시민을 홀대하는 문화정책으론 뮤지엄파크 조성 사업 등도 겉만 장황할 뿐 답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걱정이 앞섭니다. 
인천의 정체성에 문화정신이 살아 있길 바랍니다. 
인천시민의 문화향유와 문화정책 수준을 높일 수 있는 행정 역량을 강화해야 문화도시 인천 실현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인천일보 TV 논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