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참여 '위대한 여정' 인기 폭발
밤낮없이 볼거리 가득 21만명 발길
▲ 수원연극축제 해외 출품작 '위대한 여정'에서 조커를 연상케하는 피에로가 관객들을 조롱하고 있다.

숲 속에서 경쾌한 음악 소리가 새어 나오고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바닥분수에서는 연극 공연이 펼쳐졌다. 거리극과 서커스, 공중 퍼포먼스 등 국·내외 명작들이 경기상상캠퍼스의 드넓은 숲 속 곳곳을 가득 채웠다.

수원시가 주최하고 수원문화재단이 주관한 제23회 수원연극축제 '숲 속의 파티'가 지난 26일 3일간의 성대한 파티를 마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1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이번 연극축제는 국내 11개 작품, 해외 6개 작품 등 총 17개 작품이 54회 관객들을 맞이했다.

수원연극축제의 화제작은 독일 극단 아누(Theater ANU)의 '위대한 여정(The Great Voyage)'이었다. 가로 세로 50m 규모의 면적에 3000개의 촛불과 300개의 여행가방을 미로처럼 수놓아 길을 따라 가며 누구나 겪는 인생 여정을 반추할 수 있게 한 프로그램이다. 극이 시작되는 종소리가 울리자 우스꽝스러운 복장의 피에로와 마치 '조커'를 연상케하는 단장이 등장했다.

이들은 엉뚱한 말을 내뱉으며 관객들을 연신 놀려댄다. 미로를 따라 저마다 하나씩 쥐어준 가방을 들고 여행에 나선 관객들은 여정 길에 만난 8명의 배우들로부터 각기 다른 희망과 절망, 행복의 작은 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 연극은 사전예약부터 관심을 모으며 20회에 걸쳐 1060명이 참여했다.

밤이 되면 축제의 하이라이트 공연인 '달의 약속'이 인기를 끌었다.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선보인 '달의 약속'은 10m 높이에서 펼쳐지는 아찔한 공중 퍼포먼스 공연이다. 시끄러운 경적 소리가 공연의 시작을 알리자 객석에 숨어 있던 배우들이 일제히 일어서 무대로 걸어나왔다.

스크린 위로 휘영청 달이 떠오르자 하늘에서는 크레인에 실어진 거대한 초승달이 지면에 가까워졌다. 달이 지면에 다다르자 등장인물의 분열된 자아인 또 다른 인물이 달에서 내렸다. 이내 서로를 마주한 둘은 손을 잡은 채 하늘로 날아 올라 상처 받은 마음에 위로를 전하는 춤을 췄다.

이 밖에도 동족상잔의 비극인 킬링필드의 아픔을 예술적으로 풀어낸 캄포디아 파레 서커스(Phare Ponleu Selpak)의 '석화(Sokha)', 선술집으로 꾸민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바텐더와 관람객이 어우러져 맥주를 마시며 정담을 나누는 벨기에 씨르크(Cirq)의 '위대한 카페(Le Grand Cafe)' 등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임수택 예술감독은 "우리네 삶과 함께 하는 연극이 자연 속 힐링공간인 경기상상캠퍼스에서 펼쳐졌다"며 "시민들은 스스로 돗자리를 챙겨 나와 공연을 보고, 음식을 먹고, 휴식하며 숲속의 파티를 즐기면서 연극축제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