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으로 10월20일경이면 으레 바람이 불고 추워지는데 이를 예전에 손돌이추위라고 했다. 이때쯤이면 양력으로 11월 중순-입동이 지나기는 했어도 아직 본격적으로 추울때는 아닌데도 이때 영낙없이 추위가 몰아친다. 옛날 할머니들은 이 추위를 손돌이의 억울한 원한 때문이라며 동화 처럼 전설이야기를 해주셨다.

 손돌이추위는 강화와 김포군 사이의 험로 손돌목에서 유래한다. 그곳은 신미양요의 격전지 광성진 앞바다이다. 고려때 왕이 피난중이었다. 손돌이란 사공이 험지로 배를 몰자 부쩍 의심이 생긴 왕이 손돌의 목을 베도록 했다. 손돌은 죽어가면서도 물에 바가지를 띄어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면 길이 열린다고 했다. 과연 막힌 바다가 아니었고 왕은 무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손돌의 원한이 이날을 춥게 했다는 것이다.

 손돌에 대한 전설은 여지도 강화부 고적조에도 나온다. 그에 의하면 고려의 공민왕이 몽고병에 쫓겨 강화도 광성에 이르던 때였다고 한다. 그러나 일찍이 「孫乭項(손돌항)에 대하여」를 발표한 박광성 교수는 고려조 몇대의 왕을 추론하면서도 손돌과의 관련은 성립되기 어렵다고 한바 있다. 다만 지금도 김포군 대곶면 손돌목 대안에 한 무덤이 있는데 그것이 손돌의 것이라 전해지며 해마다 제사가 치러진다.

 손돌이 추위에 대해선 이런 웃음의 이야기도 있다. 음력 10월20일 아버지의 제사를 모시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날 몹시 추웠다. 속으로 손돌을 생각하고는 무심결에 『그놈이 죽은 날은 언제나 춥다』고 푸념했는데 그 말을 들은 사람이 『그놈이란 네 아비냐』고 물으며 놀렸다고 한다. 그래서 이날 제사든 사람을 놀리는 말로 『그놈 죽은 날』이 생겼다고 한다.

 아무튼 올해도 추위가 몰아치는가 보다. 오늘이 음력으로 16일이니 손돌이 죽은날은 나흘 후다. 올해는 윤달이 들어 그만큼 늦어진 것인데 오는 7일은 또한 대설이다. 그러고 보면 추울때가 되기도 했지만 올겨울은 유난히 춥겠다는 예보도 있다. 아침 등교길의 추위를 타는 학생들이 측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