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주지 않고도 풍성하게 엮은 축제
그저 나들이 오시듯 즐기다 가세요

 


한 여름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인천 이곳저곳에서 크고 작은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어디를 가야할지 우스갯소리로 몸이 열이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6월을 맞이하며 배다리마을에서도 작은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한 여름의 뜨겁고 화려한 축제가 아니라, 책방들이 자분자분 준비한 것들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잠시 소개해 본다.

삼성서림, 아벨서점, 한미서점, 모갈1호(전 대창서림), 나비날다책방, 커넥터닷츠 6곳의 책방이 그동안 각자의 책방에서 해왔던 프로그램과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준비하여 '2019 배다리, 책 피움 한마당'이란 이름으로 시민들과 함께 나눌 예정이다.

또한, 책방과 책방사이에 이웃하고 있는 가게들과도 연계하여 책을 구매한 손님들에게 체험 및 공연도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배다리헌책방과 독립서점, 책방거리에 있는 작은 가게들이 속닥속닥 재밌게 준비하고 있다.

배다리 책방들이 축제를 만들어내는 일은 다른 축제들과는 조금 다르다. "우리 책방 축제 해볼까요?"라고 말을 건네니 책방사장님들은 흔쾌히 "그럼 어디 해봅시다"라고 받아들인다.

크게 힘주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책방잔치를 펼칠 수 있는 준비된 곳이다. 40년이 넘는 책방이 들려 줄 수 있는 묵직한 책 이야기가 있고, 음악을 좋아하고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책방지기가 들려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이제 갓 책방을 연 젊은 책방지기의 이야기가 다르듯이 책방마다 풍기는 향기가 다르니 더욱 풍성하다. 책방에 단골손님이 프로그램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동네청년들이 행사기간동안 책방 도우미역할을 해주니 이 또한 고맙고 반가운 일이다. 책방들은 자신의 책방이야기에 색깔을 입혀 홍보를 하는 '따로 또 같이' 열리는 각자의 책방잔치가 되기도 한다.

배다리 마을과의 공감대가 부족한 외부의 기획자나 행사 전문업체가 행사를 꾸리는 것이 아니라, 책방지기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것들을 내 책방에서 자유롭게 펼쳐보는 것이다. 준비된 축제에 마을기획자는 조화롭게 엮어주고 알리는 역할을 잘하면 될 일이다.

행사기간에 배다리를 찾는 손님들은 프로그램만 즐기고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통해 책방지기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갖는 시간을 만들어 가면 금상첨화다.

여전히 배다리는 관광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 최근에는 관광활성화를 위한 대학생들의 과제물 대상지로도 소모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영화배우가 동구관광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하였다. 행정은 여전히 관광을 위한 관광, 관광사업 중심의 행정에 머무르고 있다.

배다리마을에서 책방지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마을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지는 일은 반길 일이지만 그저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만 머무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왕지사 관광으로 마을을 홍보하려면 배다리헌책방에서 살 수 있는 책을 홍보하거나, 책방에서 책을 사 가시는 손님들을 위한 배다리책방 굿즈를 만들어내는데 도움을 주는 행정이 되었으면 한다. 책방거리가 폭력의 배경이 아닌, 책방의 이야기를 담은 배경장소로 쓰이면 더욱 좋을 일이다. 인문도시 인천, 인문마을 배다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 첫걸음으로 시작한 6월8일 토요일, 배다리헌책방들이 함께 준비한 '2019 배다리 책 피움 한마당'이 열린다. 오늘도 배다리는 책 다듬는 손길로 분주하다. 인문마을 배다리로 나들이 오셔서 함께 즐겨보시기를.

/권은숙 생활문화공간 달이네 대표·요일가게나비날다책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