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기증의사에 市 '무반응' 결국 성대 박물관서 전시
▲ 국내에 묻혀있는 희귀한 소동파의 육필서를 펼쳐보이는 서도가 검여 유희강. /연합뉴스

"수차례 기증 의사를 밝혔지만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데 인천시에 어떻게 기증합니까."

인천이 검여 유희강(劍如 柳熙綱 1911∼1976)을 잃었다. 유족이 수차례 인천시에 유물을 기증하려했지만 돌아온 것은 냉대와 무관심 뿐이었고 수준 낮은 인천시의 문화 의식에 실망한 유족은 검여 유물을 통째 서울의 한 대학에 기증하고 말았다.

성균관대학교 박물관은 오는 31일부터 검여 작품 100여점을 공개하는 특별전 '검무(劍舞)'를 진행한다고 23일 밝혔다. 특히 검여의 역작 '관서악부(關西樂府)'는 이 대학 박물관 한쪽 벽면에 상설 전시 중으로, 34m에 달하는 이 작품이 전체적으로 전시되기는 처음이다.

성대 박물관은 "검여의 작품 400여점과 습작 600여점을 비롯해 그가 사용하던 벼루와 붓, 종이 등 유물 1000여점을 검여 유족으로부터 기증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구 시천동 57번지에서 태어난 검여는 가학으로 한학을 배웠고 1937년 명륜전문학원(옛 성균관대)을 졸업한 뒤 베이징에서 서화 및 금석학을 배웠다. 1946년 귀국해 인천시립박물관장·인천시립도서관장 등을 역임하고, 인천교육대학 강사로 활동하다 1962년 서울 관훈동에 검여서원(劍如書院)을 열어 서예연구와 후학지도에 힘썼다. 그는 1968년 뇌출혈로 인한 오른쪽 반신마비를 극복하고 왼손으로 연구를 계속해 좌수서(左手書)를 완성했다.

검여의 고향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높이 받들어 유족과 제자들은 십여년 전부터 꾸준히 인천시에 유물 기증 의사를 밝혔지만, 인천시는 계획만 세우고 실천하지 않았다. 지난 2009년 유희강 미술관을 세운다고 발표했지만 무산됐고, 유족들이 시립박물관을 찾아 기증 의사를 보여도 수장고 부족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3년 전 인천시와 유족들은 공문을 주고받으며 검여 작품 전시에 어느 정도 의견을 모았지만 이후 인천시로부터 관련 내용이 백지화된 것을 확인한 유족들이 스스로 성대에 유물을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검여의 둘째 아들 유신규(72)씨는 "시와 합의한 유물 전시에 대해 연락을 기다리다 지난해 말 추진 상황을 문의했는데 아는 공무원이 없었다"며 "더이상 의지도 없는 것 같아 아버지와 관계가 있는 성대에 기증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검여 관련한 사항은 검토되지 않았다. 뮤지엄파크 미술관 건립에도 관련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