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남편 억대 빚 시달려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가족 사망 사건의 원인이 경제적 비관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인천일보 5월21일자 19면>

숨진 남편이 억대 빚에 시달려 사건 직전까지 파산 신청 절차를 알아보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2일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11시30분쯤 의정부 시내 모 아파트에서 A(51)씨와 아내 B(48)씨, 고등학교 2학년 딸 C양이 숨져 있는 것을 아들이 발견해 신고했다.

현장엔 혈흔과 흉기가 있었다.

경찰은 전날 밤 가족끼리 다퉜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에 나섰다.

A씨는 7년 전부터 목공일을 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수금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억 정도의 빚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은행과 제2금융권에까지 돈을 빌려 매달 200만원이 넘는 이자를 감당했다.

경찰이 휴대전화를 감식하고 주변 탐문 조사를 한 결과, 이들은 힘든 상황을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A씨는 일용직 일자리를 알아봤고, 아내 B씨 역시 생업에 뛰어들어 매월 150만원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A씨는 아내가 출·퇴근할 때마다 직접 운전을 해 줄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

주변 사람들은 A씨가 최근 집을 처분하는 방법도 의논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그의 휴대전화에선 사건 하루 전에 파산·회생신청 절차를 문의한 내용이 나왔다.

경찰은 현재 더 정확한 사망 원인 등을 추가 조사 중이다.

/의정부=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