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환경연구소 내 두 그루
오산 물향기수목원 길목에
알고서도 묵인 "부끄러울뿐"
취재 들어가자 이전 등 논의
▲ '일본 천황'을 상징하는 나무인'금송(金松)'이 오산시 물향기수목원 내에 위치한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 입구 좌우를 20년간 버젓이 지키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오전 해당 수목원을 찾은 관람객들이 연구소 앞 '금송(金松)'을 신기한듯 쳐다보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오산 물향기수목원 내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 건물 현관 좌우에 일본 잔재 논란을 빚고 있는 '금송(金松)' 두 그루가 20년 넘게 똬리를 튼 사실이 확인됐다.

금송은 '일본 천황'을 상징하는 일본특산종으로 알려졌다.

옛 1000원 화폐 뒷면에 있는 도산서원 그림에 들어간 것이 확인된 이후 48년 만인 지난해 12월 담장 밖으로 쫓겨났다.

이순신 장군을 모시는 현충사 경내에 있던 금송도 지난해 9월 다른 곳으로 치워졌다.

또 인천대공원 백범 광장 인근 수목원에 있는 금송 역시 최근 논란이 일고 있다.

도 산림환경연구소측은 금송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인천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금송을 옮기는 문제에 대해 내부 논의에 들어갔다.

22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2006년 5월부터 오산시 청학로 211 일대 총 34만㎡에 산림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식물자원을 보존·전시하고자 물향기수목원을 조성하고 있다.

수목원 내에 금송이 위치한 곳은 산림자원을 보호·관리한다는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 건물 현관 양 옆이다.

금송은 건물 3층 높이인 10여m로 자란 상태다.

금송이 심어진 시기는 수목원보다 오래로 1996년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가 이곳에 자리하면서 부터다.

물향기수목원은 금송이 심어진 도 산림환경연구소 건물 일대를 포함하고 있다. 금송이 도 산림환경연구소 앞에 있지만 이 곳은 수목원 길목으로 관람객들은 금송을 지나치게 된다.

도 산림환경연구소와 수목원 측은 그동안 건물 앞 금송나무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람객 양모(46)씨는 "아이가 '우리나라 수목원 건물 옆에 왜 일본 소나무가 심어졌느냐'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도립 수목원 건물 양옆에 일본 소나무를 보란 듯이 식재한 것은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며 혀를 찼다.

자생식물연합회 한 관계자는 "식물자원 자연학습장 및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도립 수목원에서 향토 산림자원도 아닌 일본 소나무를 건물 앞에 심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도 산림환경연구소 관계자는 "관람객들이 금송에 대해 불쾌해 한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며 "논란의 소지가 있다면 다른 묘목으로 교체할지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오산 물향기수목원은 1일 주중 2000~3000명, 주말 5000명~1만명, 연 40만명이 찾는 곳으로 도내 대표적인 가족 체험 휴양공간이다. 학생들에게는 자연학습장 및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오산=김태호 기자 thki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