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거점 바이오 의약품 투자
생산 능력 확보에 고용 효과도
고령화 대응 U-헬스케어 집중
▲ 박남춘(왼쪽) 인천시장과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사진제공=인천시·자료=셀트리온그룹

인천 바이오산업의 미래에 '25조원 투자'란 꽃길이 펼쳐졌다. 국내 대표 생명공학 기업 셀트리온그룹이 2030년까지 인천에 2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올해 인천시가 지원받는 국비 3조원의 8배가 넘는 막대한 규모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인천시청에서 '셀트리온 비전 2030'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 바이오산업은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생각한다. 셀트리온이 앞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설명하고, 국민들이 바이오산업에 대해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산업'이란 인식을 갖게 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기자회견을 연 이유를 밝혔다.

이에 셀트리온 비전 2030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인천 중심의 바이오산업 청사진

셀트리온 비전 2030은 이 회사의 성장 로드맵을 담은 중장기 사업 계획이다. 2030년까지 40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사업 영역을 4차 헬스케어산업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서 회장의 목표가 녹아 있다.

직간접적으로 1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글로벌 헬스케어 유통망을 구축해 대한민국을 세계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중심지로 도약시키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사업 계획은 크게 3개 분야로 구분된다. △인천 송도를 거점으로 25조원을 투자하는 바이오 의약품 사업 △충북 오창을 중심으로 5조원을 투자하는 케미컬 의약품 사업 △10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헬스케어와 기타 산업의 융·복합 가치를 창출하는 U(유비쿼터스)-헬스케어 플랫폼 사업이다.

현재 셀트리온은 '송도바이오프론트'에 2개의 바이오시밀러 제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바이오시밀러는 생물의 세포나 조직 등 유효 물질을 이용해 제조하는 약인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을 일컫는다.

셀트리온은 제3공장 신설 등을 전제로 한 바이오 의약품 사업에 25조원을 투자해 성장 기반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매립이 진행 중인 송도 11공구 내 19만8347㎡ 규모 부지에 3공장과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를 건립하는 것을 인천시와 논의 중이다.

3공장의 생산 능력은 20만ℓ다. 19만ℓ의 생산 능력을 보유한 1·2공장을 합하면 약 40만ℓ로 확대된다. 셀트리온은 세계 1위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데 5조원을 투입한다.

아울러 면역 항암제를 포함한 2세대 바이오시밀러 20개 이상을 개발하고, 신규 치료 기전을 도입한 신약을 확보하는데 16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여기에 글로벌 유통망 확충과 스타트업 지원에 4조원을 쓴다.

특히 글로벌 유통망 구축 사업과 관련해 올해 안에 유럽, 내년까지 아시아·남미, 2021년까지 세계 최대 제약 시장인 미국·캐나다에 직판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함께 충북 오창에 위치한 셀트리온제약을 주축으로 케미컬 의약품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5조원이 투입되는 사업 계획은 의약품 수명 주기를 고려해 약 50여개 파이프라인을 운영하고 라이선스 인(license-in) 및 자체 개발을 통해 신약 제품을 개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래 변화에 능동적 대처

셀트리온은 10조원이 투입되는 U-헬스케어 사업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서 회장은 "바이오산업 분야에도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고 있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헬스케어 쪽"이라며 그 이유를 '고령화'로 지목했다.

그는 "예를 들어 지난해 일본 정부 예산이 1000조원인데 그 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워낙 빨라 헬스케어에 드는 예산은 3분의 1 수준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많은 국가들이 단순한 치료는 원격 진료로 해결하자는 추세"라며 "이를 위해선 간호사가 왕진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진단 장비가 집으로 보급돼 의사가 원격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헬스케어 사업 계획엔 서 회장의 이런 생각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셀트리온은 헬스케어 사업 전반에 활용 가능한 플랫폼 개발 및 의료 데이터·인공지능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의료 빅데이터 수집·활용 사업에 4조원을 투입해 환자-진료-처방-유통의 과정을 4차 산업과 연계하는 바이오 e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한다. 의료 데이터 수집용 진단기기를 개발·생산하는 사업엔 6조원을 사용한다. 의료 데이터는 맞춤형 진료와 정밀 진료에 활용된다.

직판 네트워크와 연계할 수 있는 신사업 플랫폼도 확보할 예정이다.

아울러 스타트업 지원과 상생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펀드도 구축해 바이오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앞장서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또한 글로벌 유통 시스템을 국내 제약의 수출 활로 개척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 국내 의약품 제조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방침이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그룹은 국내 바이오·제약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국가 헬스케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전 세계 인류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환자의 삶의 질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박남춘 시장은 "인천시의 모든 공직자가 바이오헬스산업 발전이란 대과제를 기꺼이 준비하는 자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단지 셀트리온의 미래가 아니라 인천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막중한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셀트리온그룹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본사를 둔 셀트리온그룹은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업계의 선두 주자다. 세계 최초의 류머티즘 관절염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 등 3종을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시장에 출시했다. 바이오 의약품 개발·생산을 담당하는 셀트리온, 의약품의 글로벌 유통 판매 및 마케팅을 총괄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 개량 합성 신약과 케미컬 의약품 개발·생산 전문기업인 셀트리온제약, 바이오 화장품 전문기업 셀트리온스킨큐어, 영화·드라마 제작 및 매니지먼트 기업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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