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조롱이 발견돼 구조
오늘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 의미 되새겨
▲ 21일 계양구 한 제약회사에 둥지를 튼 황조롱이(천연기념물 제323호)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자 야생동물 구조관리센터 직원들이 아기새를 구조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도심에서 볼 수 있는 천연기념물 황조롱이를 아시나요."

인천 계양구의 한 약품회사 직원들은 요즘 일과 틈틈이 옥상으로 올라가 황조롱이 새끼들을 보살핀다. 혹여 비를 맞을까 집을 손보고, 먹이가 부족할까 고민하는 게 일상이 됐다. 황조롱이를 만나러 간 21일 오전 9시에도 직원들은 먹이를 구하러 나간 어미새를 대신해 새끼들을 돌보고 있었다.

일주일 전 황조롱이를 발견한 최웅(49)씨는 "밀짚모자에서 부스럭 소리가 나길래 다가가보니 새가 있었다"며 "한 마리 발에 끈이 묶여 있어서 풀어주고, 비 올 것을 대비해 스티로폼으로 집도 만들어줬다"고 했다.

낯선 이름이지만 황조롱이는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다. 천연기념물 제323호로도 지정돼 있다. 등 부분의 갈색 반점, 배 쪽의 흑색 반점이 특징이다.

복잡한 빌딩숲 사이에도 다양한 생물들이 존재한다. 황조롱이처럼 우리 주변을 맴돌지만 관심을 갖지 않으면 쉽게 알아볼 수 없는 생물종과 인간은 함께 살고 있다. 인천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는 지난해 59마리의 천연기념물을 구조했다. 황조롱이 29마리, 솔부엉이 15마리, 큰소쩍새 5마리 등의 순이었다.

김대환 인천야생조류연구회 회장은 "인간과 새들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배려가 필요하다"며 "국가적 정책이 아니더라도 옆에서 지켜봐주고 돌봐주는 최소한의 노력만이라도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유엔(UN)은 해마다 5월22일을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로 지정해 동식물 보호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주변에서 살아가는 생물을 인지하고 공존을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는 게 바로 인류를 지키는 길"이라며 "생물종을 보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일상에서 작은 실천이 모이면 다양한 동식물과 공존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