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 인] 주객전도인가, 발상전환인가
[스펙트럼 인] 주객전도인가, 발상전환인가
  • 인천일보
  • 승인 2019.0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연성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 (사)한국품질경영학회장

세상엔 참 별난 옷가게도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사례로 채택해 경영학석사(MBA) 수업시간에 공부하고 있는 점에서 주목된다. 고객이 티셔츠를 디자인하고 다른 고객들이 그 디자인을 평가하도록 해서 가장 잘 팔릴만한 티셔츠만 사이트에 올려서 잘 팔고 있는 스레드리스(Threadless.com)가 그 주인공이다.
온라인 티셔츠 판매 점포는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이 자신이 만든 티셔츠 디자인을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온라인 상에서 관심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기투표를 해서 높은 점수를 받은 디자인을 제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이 회사가 하는 일의 핵심이다.


모든 것을 고객에게 맡기고 고객이 선택하고 또 고객이 만들어 내게 한다. 그저 판(시스템)을 벌려 놓을 뿐이다. 멍석을 제대로 깔아주는 작전이 이 회사의 핵심역량이다. 이를 두고 경영학 용어로는 필요한 역량을 일반 대중으로부터 얻는다는 의미에서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이라고 부른다. 군중들로부터 가장 중요한 것을 조달해 내는 방식을 사용하다 보니, 만들어 놓고 안 팔리는 일은 아예 구조적으로 생기지 않도록 한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고 그것을 만들어 주는 방식이다.
고객만족의 기본이라 할 고객중심 경영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사례이다. 이쯤 되면 기존의 옷가게들은 이제 이런 기업의 고객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게 된다. 어디선가 경험을 했던 것을 고객은 기억하고 기대 수준을 높여 그런 서비스를 요구하기 시작한다. 바로 이때가 경쟁의 장르 사이에 있던 벽이 하나 둘 무너지는 순간이다.

전통적인 의류업체의 핵심 역량은 디자인이고, 전통적인 의류 소매상의 핵심역량은 고객이 좋아할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모두를 고객으로부터 해결해 낸 스레드리스라는 옷가게는 분명 신종 사업이며 신형 고객만족을 실천하는 기업이라 하겠다. 이보다 더 혁신적인 고객만족 전략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러니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진정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고 있다고 박수 받을 만하다.
먼 나라의 사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새로운 방식의 도입을 통해 고객을 만족시키고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성과를 내는 기업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가성비 좋은 제품(서비스)에 열광하는 팬이 많이 생기고 있다. 가성비란 가격 대비 성능비의 약자라고 한다. 기업의 생존부등식(원가<가격<가치)에 따르면 원가보다는 가격이 높아야(원가<가격) 하고, 가격보다는 가치가 높아야(가격<가치) 한다고 하니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가비'(가격 대비 가치의 비율)가 좋아야 할 것이다.

물론 '원가비'(원가 대비 가격의 비율)도 무척 중요하다. 그래서 원가 혁신을 추구하며 가치 혁명에 몰입한다. 앞에서 본 옷가게도 디자인에 드는 비용을 대폭 줄이면서 고객의 만족은 높이는 방식의 혁신을 달성한 것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원가비나 가가비 그리고 가성비를 높이는데 성공한 기업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이를 두고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서 소개한다. 게임 체인저는 기존의 어떤 상황이나 행동을 심각하게 바꿔놓는 새로운 요소 또는 사실이다. 또는 판을 흔들어 시장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 사람이나 기업을 의미한다. 이런 게임 체인저는 비즈니스의 지평을 새롭게 만들어 놓는다.

게임 체인저를 구분하기 위한 기준은 제품(서비스)과 구조(시스템)이다. 이 두 가지 기준에 각각 기존과 신규라는 두 가지 상태가 있다고 하면, 게임 체인저는 그래서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기존의 제품과 기존의 구조를 가지고도 프로세스 개혁형이라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고, 어느 하나만 새롭게 해도 될 수 있다. 즉 기존의 구조에 새로운 제품을 도입하면 시장창조형이 될 수 있고, 기존의 제품에 새로운 구조를 입히면 질서파괴형이 된다고 한다. 물론 두 가지 모두 다 바꾸면 비즈니스 창조형의 게임 체인저이다.
게임 체인저는 제품과 구조에 뭔가 변화를 시도하여 고객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시장을 창출하고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에 게임 체인저의 등장은 비즈니스의 지평을 바꿔놓을 새로운 영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난세에 영웅이 등장하듯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진정한 가성비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는 존경받는 기업들이 더욱 많이 등장하길 바란다.


▲ 인천일보, INCHEONILBO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