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직원에 제공 … 안양시의회 '의정운영공통경비' 부적절 사용 논란

안양시의회가 공적인 의정활동에 써야 할 '의정경비'로 시의원들에게 구두를 사 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안양시의회는 2017년에는 의원들에게는 등산화를, 사무국 직원들에게는 오징어를 사주기도 했다.

16일 안양시의회와 의원 등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해 12월 백화점에서 구두를 살 수 있는 20만원 상당의 교환권을 20명 의원 전원에게 나눠줬다.

시의회가 지급한 400만원 예산의 성격은 '의정운영공통경비'다.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을 보면 의정운영공통경비는 공적인 의정활동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공통적인 경비로 공청회, 세미나, 각종 회의 및 행사, 위탁교육 등의 소요경비로 규정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도 의회나 상임위원회 명의의 공적인 의정활동 수행과 직접적 관련이 있을 때 집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의정활동비에 속한 공통경비가 남을 경우 예산을 반납하도록 돼 있다.

A 시의원은 "지난해 구두 교환권을 받았다. 그 전에는 등산화와 바람막이 등도 받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받았다"고 해명했다.

B 전 시의원은 "시민의 혈세로 의원들 개인에게 구두를 사줬다는 것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고 지적했다.

안양시의 의정운영공통경비는 지난해 1억2000만원이었다.

안양시의회는 2017년 11월 자매결연 한 강릉시의회와 합동연수회를 실시하면서 등산이나 하이킹 용도의 트랙킹화를 단체로 구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연수회에 참석하지 않은 의원들 몫까지 구매했고, 이와는 별도로 150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 오징어까지 구매해 의원들과 사무국 직원들에게 나눠주면서 부적절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시의회는 2017년 11월, 1박2일 일정으로 강릉 라카이센트파인에서 강릉시의회와 합동연수회를 개최했다. 연수회에는 안양시 전체 의원 가운데 절반인 11명과 의회사무국장과 직원 26명 등 총 37명이 참석했고 예산만 1200만원을 넘게 사용했다.

시의회는 공식 행사를 치른 뒤 남은 예산으로 한 켤레에 17만4500원짜리 트랙킹화 22켤레, 384만여원 어치를 구입해 의원들에게 나눠줬다. 연수회에 참석하지 않은 의원 11명 몫까지 구입해 전달했다. 이들은 또 2만5000원짜리 오징어 62개, 총 155만원어치도 구입해 의원과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말이 합동연수회지 전체 연수비용의 절반 가까이를 자신들의 신발과 먹을거리에 사용한 것이다.

시의회 조례를 보면 '의원 국내연수에 관한 여비 규정'에는 숙박비와 교통비, 식대 등에 대한 규정은 명시돼 있으나 물품구입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은 없다.

하지만 의원 윤리강령에는 의원은 여비, 업무추진비 등 공무활동을 위한 예산을 목적 외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의원교류 증진이라는 목적으로 세운 예산 집행에 의회사무국 직원의 대부분인 26명이 동행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당시 C 의원은 "누가 봐도 비난받을 소지가 큰 이런 행사를 매년 강행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말이 합동연수회지 사실상 놀러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회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에 신발 교환권을 지급한 것은 맞지만 의정운영공통경비 사용이 부적절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지난 1월 지방의원의 부당지출을 환수하기 위해 교부세 감액 제도를 엄격히 적용하고, 지방의회 관련 경비 총액한도를 삭감하는 방안 등 지자체가 지방의회 관련 경비를 적정하게 편성·집행하도록 정보공개와 감시를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

/안양=허찬회 기자 hurch0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