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 미디어로 '평화' 꿈꿔
세계적 쌍방향 소통 비전 표현
▲ 백남준作 '촛불TV'.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가 내년 2월20일까지 백남준展 '백남준 미디어 'n' 미데아' 전시회를 개최한다.

'백남준 미디어 'n' 미데아' 전시회는 비디오 아트의 존재론을 설파한 백남준식 조어, '비디오, 비데아, 비디올로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이번 전시회는 동시대 사회를 예민하게 포착했을 뿐 아니라 테크놀로지에 대한 예술적 개입으로 새로운 미래를 그렸던, 백남준의 메시지를 탐구한다. 이를 통해 비디오로 새로운 예술의 지평을 열고자 했던 백남준의 예술적 지향점을 전시하고자 한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주요 소장품으로 채워지는 이번 전시 '백남준 미디어 'n' 미데아'는 세계 모든 나라가 서로 케이블 TV로 연결될 때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을 미리 예견한 백남준의 작업 '글로벌 그루브'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글로벌 글루브'에는 위성방송 시스템, 인터넷 소통방식 이전에 비디오가 서로의 문화에 대해 매개하는 매체가 될 수 있음을 예견한 백남준의 사유가 담겨 있다. 전 세계의 다양한 춤과 노래가 콜라주 된 이 작품은 '비디오 공동시장'을 통해 전파되는 미래, 마치 오늘날의 유튜브의 모습처럼, 그의 사상과 철학을 고스란히 그려내고 있다.

냉전의 긴장감이 감돌던 20세기 후반의 정치·사회적 상황 안에서 예술가 백남준은 미디어를 통한 '소통'으로 '세계평화'를 이루어 낼 미래의 광경을 형상화한다.

전시는 '지구인' 백남준이 전자 미디어로 그리는 거대한 비전과 조응하는 여러 단계의 텔레비전 실험, 예술적 탐구를 선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닉슨 TV'는 텔레비전을 쌍방향의 소통 수단으로 이해하고 실험한 백남준의 미디어 분석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1968년 '전자 예술Ⅱ' 전시작 가운데 '케이지 드 매클루언'도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다.

'케이지 드 매클루언'은 영상 속에 등장한 미디어 이론가 마샬 매클루언과 백남준의 상보 관계를 알 수 있는 단초가 된 작품이다. 동시에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매클루언의 개념과 연계해 텔레비전을 한 방향의 매체가 아닌 쌍방향의 상호소통이 매체로 본 백남준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백남준이 꿈꿔온 미래의 비디오 풍경을 토대로 구성한 전시장 메인 홀은 거대한 거실 공간처럼 연출했다. 음극선관이 유화를 대신해 만들어진 미디어 회화 '퐁텐블로'와 실체가 없는 비선형적인 시간을 시각화한 '스위스 시계', 'TV 시계'를 이 공간에 전시한다. 아울러 '찰리 채플린'과 '밥 호프'도 함께 볼 수 있다.

문명을 밝힌 최초의 미디어, '빛'을 주제로 한 'TV촛불'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구형 TV 케이스 안으로 비친 촛불 하나는 인류 문명의 시작을 상징한다. 백남준은 텔레비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원을 새로운 문명의 시작으로 간주하며 빛, 필름, 전기, 라디오, 전파, 텔레비전 등의 미디어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 삶의 풍경을 바꿔왔는지를 표현하고 있다.

최초의 위성 실험 비디오 작품, '도큐멘타 6 위성 텔레케스트'와 '칭기즈칸의 복권'은 전자 고속도로를 통한 세계적인 소통, 쌍방향의 소통이 가져 올 '미래적인 풍경'에 대한 백남준의 비전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백남준 미디어 'n' 미데아' 전시는 그 어느 때보다 기술 매체가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들어 일상의 변화를 가져온 만큼 미디어가 또다시 현재와 미래의 삶에 '어떤 메시지를 던 질 것인지'를 주목하고 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