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혜 사회부 차장

인천지방법원 법정 안, 3명의 60~70대 남성이 두 손을 모은 채 나란히 섰다. 이들의 정면에는 법복을 입은 한 판사가 바닥보다 높게 설치된 판사석에 앉아 있다.
이날은 위증과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 중인 이들에게 선고를 하는 날이었다. 3명의 관계와 각 범죄사실에 대한 법원 판단이 복잡해 판결문만 29장에 이르렀다. 판사가 이를 다 읽고 최종 선고하기 까지 약 30분이 소요됐다.

판사가 앉아서 주문을 읽는 내내 수의를 입은 피고인들은 고개를 숙이고 선 채로 있었다. 20분쯤 지났을 무렵 70대 남성의 다리가 눈에 띄게 달달 떨렸다.
우리나라엔 판결선고 절차 때 피고인이 기립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법적인 근거는 없지만 오래전부터 관행으로 이어져왔다.

선고 뿐 아니라 재판부가 입장할 때도 방청객과 소송당사자들은 모두 일어나야 한다. 법원 직원의 구령에 맞춰 판사가 착석한 후에야 앉을 수 있다.
판사에 대한 존경을 표출하고 엄중한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한 취지라고 짐작은 되지만 법정 취재 때마다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무리 이런저런 잘못을 저지른 죄인이라 하더라도 굳이 고압적인 자세를 통해 이를 정죄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다. 잘못이 있다 손 치더라도 그것은 피해자 등 당사자 사이 반성할 일이지 재판부에 대해 저자세로 나올 사안은 아니다.
설사 이렇게 해야 법관의 권위가 세워진다고 여긴다면 그건 너무 유아적 방법 인 듯하다.
법의 권위란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심판을 내릴 때 자연스럽게 형성될 터이기 때문이다. 강요로 얻어진 권위는 진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