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던 '월미도 원주민 지원 조례'가 입법화된 지 한 달여 만에 사라지게 됐다.

정부가 지원금 대상자를 정하는 것은 국가 업무라는 이유로 조례 재의를 요구하자 인천시의회가 조례를 폐지하고 다시 만들기로 결정한 것이다. 시의회의 세밀하지 못한 입법 절차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시의회는 14일 열린 제254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 올라온 '인천시 과거사 피해 주민의 생활 안정 지원 조례안 재의' 안건을 부결했다. 의결된 안건을 한 번 더 심사하는 재의 절차는 재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조례가 통과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폐지된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시의원 32명 중 30명이 반대표를 던지며 '색깔론' 논란까지 나온 이 조례는 빛을 보기도 전에 사라지는 상황에 놓였다.

앞서 지난 3월 열린 제253회 임시회에서 가결된 이 조례는 6·25 전쟁 이후 군 부대가 주둔한 탓에 고향인 월미도로 돌아가지 못한 원주민을 돕고자 매달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조례가 통과되면서 시는 자체적으로 심의위원회를 운영해 지원 대상자를 정하고 이들에게 매달 20만~30만원의 지원금을 주고자 매년 9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달 행정안전부가 국가 업무를 침해했다며 조례의 치명적 하자를 지적하면서 모든 계획이 백지화됐다.

결국 이날 시의회가 조례를 폐지하고 행안부 요구대로 조례를 새로 만들기로 결정함에 따라 지원금을 기대했던 주민들은 또 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에 놓이게 됐다.

한인덕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회 회장은 "애초에 조례를 만들 때 조금만 더 신중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조례를 대표 발의한 안병배(민·중구1) 의원은 "기존 조례를 재의결할 경우 대법원까지 가야하는 등 불필요한 싸움으로 이어지기에 폐지를 결정했다"며 "행안부가 지적한 내용을 수용한 조례는 오는 8월에 열리는 임시회에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