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화 모르고 모호 … 단속 애매
지난해 9월 말 경사로 주·정차 시 고임목 설치나 차량 핸들을 돌려놓는 등을 의무화한 도로교통법이 시행됐으나 이 법을 놓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법 개정을 인지하고 있는 시민들이 거의 없는데다 시행령 기준도 모호해 경찰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14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도내 차량운전자 등에 따르면 도로교통법 개정(34조의 3)으로 지난해 9월28일부터 모든 경사진 곳에 주·정차하는 차량 운전자는 고임목을 설치하거나 조향장치(操向裝置)를 도로 가장자리 방향으로 돌려놓는 등 미끄럼 방지 조치를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승용차 기준 범칙금 4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법이 개정된 지 7여개월이 지났음에도 이같은 사실을 모르는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실제 수원 인계동과 지동 등 경사진 4곳의 주·정차된 차량들을 살펴본 결과, 고임목을 받친 차량은 한 대도 찾아볼 수 없었고 핸들을 돌려놓은 차량도 2대에 불과했다.

게다가 대통령령에 나온 시행령의 기준도 모호하다는 점이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11조3항에는 ▲고임목 설치 ▲조향장치 조치 ▲이 2가지에 준하는 조치 등 3가지 중 1가지만 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준하는 조치에 대한 어떤 기준도 없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찰도 단속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법 시행 이후 경기남부지역에서 이와 관련된 적발 건수는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남부경찰 관계자는 "당시 도로교통법 개정 때 자전거 음주, 전좌석 안전띠 강화가 이슈화되다 보니 미끄럼 방지 의무조치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게다가 시행 기준도 애매해 경찰 단속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장선 기자 kj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