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를 즐기기엔 사막이 너무 뜨겁다

온 몸으로 '열정'을 불살라 예술에 쏟아 붓는 그들. 화려한 무대, 우러러 보는 관객, 추앙하는 평론가들. 겉은 번지르르 한데 속은 뭉그러졌다. 예술을 놓칠 수 없어 불안하고 위험한 노동도 마다않고 뛰어든다. 불규칙한 예술인의 삶 때문에 안정된 직장은 꿈도 꿀 수 없다. 최저임금조차 부러움의 대상이요, 4대 보험은 그림의 떡이다.

"네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감수하라." 세상의 날선 시선은 오늘도 편치 않다.

온전하게 예술(藝術)하기 벅찬 인천 예술인의 삶의 궤적을 짚어보며 1편으로 불안한 현실을 소개하고, 2편에는 인천의 장애 예술인의 현황 및 지원상태를 분석한다. 3편에는 현실적이지 않는 예술인 지원을 논하고, 4편에서 이를 개선할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본다. ▶관련기사 3면

# 김밥 말고 택배차 모는 연극인

20년을 훌쩍 넘게 무대에 선 김씨, 그는 매일 바쁘다. 해가 뜨면 닥치는 대로 일한다. 시간 구애를 받지 않으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어젯밤은 꼬박 김밥을 말았고, 아침에 잠깐 눈을 붙인 후 택배차를 몰았다. 그렇게 해가 지면 그는 연극인으로 변한다.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 꾹 참는다. 눈이 감겨도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고, 체력이 떨어져도 뱃속 깊이 힘을 내 발성과 몸짓을 한다.

# 내 꿈은 그림 그리는 것 … 아니, 파는 것

30대를 살아가는 박씨의 올해 꿈은 소박하다. "그림을 꼭 팔고 싶어요." 아직 정식으로 팔린 그림이 없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졸업 후 현실은 막막했다. 붓을 놓지 않으려는 몸부림에 친구 몇 명은 대학원에 진학했다. 생계와 자신을 걱정하는 주변의 눈빛, 회사에 들어갔다. 인천서 서울까지 새벽 전철에 몸을 싣고 밤늦게 다시 전철에 몸을 맡기길 11개월, 더 이상은 무리였다. 엄마가 1년만 다니라 했건만, 한 달만 더 버티면 1년이 되는 직장생활을 관뒀다. 그리고 직장 생활에서 저축한 돈 얼마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그마한 화실도 꾸렸다. 그림은 마음처럼 그려지지 않고, 수중의 돈은 떨어져만 간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몇 달 일해 모은 돈으로 다시 붓을 들었다. 그런 일상이 반복되며 몇 년이 흘렀다. 이제는 집에 떳떳이 말하고 싶다. "저 그림 팔았어요."

예술가는 고단하다. 오롯이 예술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예술인복지법', '문화예술진흥법', '인천시 예술인 복지증진에 관한 조례', '인천시 청년 기본 조례', 그리고 '인천시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조례' 등. 법과 제도는 많지만, 부업과 생업 사이에서 인천의 예술인들은 지치고 병들고 있다.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어떨까.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o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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