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등 채무변제 한계
경제사정 등 안 나아져
가족과 함께 목숨 끊어

최근 경기도내에서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부모가 자녀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녀는 내 책임이고 소유물'이라는 가부장적 인식 전환이 선행된 후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7일 도내 일선 경찰 등에 따르면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새벽 시흥시 은행동의 한 농로에서 4살과 2살 두 자녀와 30대 부부가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남편 A(34)씨는 사채 등 총 7000여만원 상당의 채무가 있었고, 결혼 후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해 매월 급여에서 80만원씩 채무를 변제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채무 등 경제 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가족과 함께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3월26일 화성시 오산동의 한 길거리에 세워진 차 안에서도 B(29)씨와 남편(38), 딸(7), 아들(5) 등 일가족 4명이 숨져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경찰은 "오기로 한 누나가 오지 않고 휴대전화가 꺼져 있다"는 B씨 동생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당시 차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할 때 사용된 도구가 발견됐다.

지난 3월19일에도 수원시 인계동 한 식당 앞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12살 딸과 함께 숨져 있는 C(58)씨가 발견됐다. 경찰은 차량 내부에서 타다 남은 연탄과 식당 명함을 발견, 식당 주인으로 보이는 C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일각에서 "오죽하면 부모가 아이와 함께 그랬겠냐"는 식의 동정론이 일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지 않고 소유물로 보는 인식부터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동반 자살' 개념이 아닌 '자녀 살해 후 자살'로 봐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이 힘들고 어렵다는 이유로 자식과 함께 목숨을 끊는 것은 아동학대이자, 명백한 살해 행위"라며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고선 파산 등 위기 가정의 아이들에 대한 보호 등 사회적 안전망 구축도 실현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안타깝지만, 엄격하게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면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제3조(국민은 자살위험에 노출되거나 스스로 노출됐다고 판단될 경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권리가 있다)에 따라 국가 및 지자체에서 자살예방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장선 기자 kj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