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람을 만나 힐링하는 곳 만들고파"

애서·장서가 … 18년 전 작은 공간 마련
독서 관련 지원사업 활용 '알차게 운영'
올 지역잡지 '잇길' 발간 … 주민 삶 담아



"구리 시민이 책과 사람을 만나 문화를 향유하고 힐링할 수 있는 곳, 살아갈 힘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2001년 8월 문을 연 구리 애기똥풀 도서관(이하 도서관)은 어린이뿐 아니라 청소년·성인 등 누구나 찾아와 책을 읽고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다.

애서가이자 장서가인 한은희(사진) 도서관장은 2001년 구리로 이사 오면서 집에서 세 자녀에게만 책을 읽어주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교문동 백문초등학교 앞에 33㎡ 작은 공간을 마련해 도서관을 열었다. 처음에는 '동화 읽는 어른' 모임과 아이들에게 구연동화를 들려주는 '이야기 축제'를 벌이는 것으로 출발했다. '동화 읽는 어른' 모임은 1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2003년 시에 작은 도서관으로 등록했고 2007년 현 위치인 인창동 소재 83㎡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구리시와 문예진흥원의 작은 도서관 지원사업을 통해 책을 기증받는 등 꾸준히 도서 권수를 늘려가고 있다.

도서관은 작지만 제공 프로그램들은 알차고 질이 높다. 한 관장은 경기도·도교육청·지역 대학·도서관협회·비영리 공익재단·사회단체 등의 각종 독서 관련 공모사업에 지원해 선정된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2016년부터 진행해온 도와 교육청 공모사업인 '꿈의 학교' 사업이다. 지역 청소년 30명이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여행과 책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글을 쓰며, 미래를 탐색하는 프로그램이다.
한 관장과 도서관은 이들의 활동을 담은 3곳의 단행본을 완성했다.

성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경기도도서관협의회와 함께 진행한 '시로 되돌아보는 인생'은 주민들이 모여 시를 쓰고 낭송회를 하면서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꾀하는 사업이다. 결과물로 나온 시집은 지역 주민들의 애틋한 사연과 삶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 감동을 준다.

올해 처음 시작한 지역 잡지 '잇길'도 눈길을 끈다.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을 공부하고 이웃의 꾸밈없는 삶의 이야기를 취재해 잡지 형태로 발간하는 사업이다. 첫 호에는 구리 전통시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안승남 구리시장이 시정소식지를 '잇길'을 참고해 만들어보라고 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

한 관장은 "구리는 면적이 작고 인구도 적지만 그렇기에 더 지역 공동체가 가족 같은 분위기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마다 큰 보람을 얻는다"며 "구리 지역민들이 누구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책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구리=심재학 기자 horsepi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