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밝히는 가장 큰 근본

 

▲ 勞(로)는 어둠이 덮인 밤에 횃불을 밝히며(熒생략) 일하는(力) 모습이다. /그림=소헌

 

'힘써보고 꾀써보니 꾀써본 게 낫더라'는 속담을 보면 과거 머슴들의 육체노동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수 있다. 긴 겨울을 보내고 농사일이 시작되는 음력 2월 초하루를 '머슴날'로 정하고는, 벼이삭을 내려 송편을 만들어 머슴의 나이 수대로 먹였다. 1년을 기다려 술과 음식 그리고 노래와 춤으로 보낸 이 날을 '노비일奴婢日'이라고도 불렀다.

머슴과 노비는 같지 않다. 머슴(고공雇工)은 고용주로부터 새경(私耕)을 받고 일하는 농업노동자인데, 노비와 같이 처우한 것은 지배 또는 착취 계급의 처지를 대변한 것이다.

노동대본(勞動大本) 노동은 천하에서 가장 큰 근본이다. '勞動天下之大本'을 줄여 4자성어로 만들었다. 농업이 사회의 근간이 되던 때에 '農者天下之大本'이라 했는데, 이제는 노동이 그 자리에 섰다. 각 분야에서 노동자가 안정되어야 민중의 삶이 풍요롭고 나라가 잘 다스려진다.

▲勞 로[일하다 / 힘쓰다 / 고단하다]

(1)熒 형 (등불. 밝히다) ①熒은 火(불 화)와 (덮을 멱)으로 구성되었다. ②어둠이 덮인() 밤에 횃불(火+火+火)을 켜놓았으니, 요즘으로 치면 LED전구 수십 개를 '밝혀 놓은' 상황이다.
(2)力 력 (힘. 일꾼. 병사) ①力은 근육이 붙은 팔뚝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②원래 밭을 가는 쟁기나 가래를 본뜬 글자다. ③밭을 갈기 위해 힘을 쓰는 일꾼이나 하인 또는 병사를 뜻하며 ④열심히 일하는 그들이 지치거나 고달픈 것은 당연하다.
(3)勞(일할 로)는 어두워도 집()이나 공장 안팎으로 불을 밝혀 놓고(熒) 일하는(力) 모습이다.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動 동[움직이다 / 일하다]

①重(무거울 중) 사람(人)이 무거운 짐(田)을 들고 땅(土)에 서있다고 보자. ②무거운(重) 짐을 움직이려면 힘(力)이 필요하다. ③짐을 옮기거나 마음이 움직일 때 '동動한다'고 표현한다.

국가권력과 결탁한 자본기업은 노동력을 착취했는데,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과 적은 보수로부터 권익을 지키기 위해 뭉치기 시작했다. 결국 1958년 '노동절'을 만들었으나 교묘하게 계급이론으로 먹칠하며 1963년 '근로자의 날'로 명칭을 바꾸어 오늘에 이르렀다. 따라서 근로계약 없이 노동하는 사람들은 설 곳이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노동절이 바른 용어인데 …

장례식 때에야 발견된 노트 다섯 권,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일했던 전태일이 남긴 유품이다. 하루 하숙비가 120원일 당시 그의 일당은 50원이었다. 매일 평균 14시간 이상 일하는 이곳이 지옥이 아니겠는가? 그는 억압받는 사람들이 노예의식을 버리고 권익을 주장해야 한다며, 1970년 11월13일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하고는 자신의 몸에도 기름을 뿌린 후 분신焚身한다.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마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마라!"
꽃다운 23세 젊은 열사는 스스로 '횃불'이 됨으로써 한국 노동운동과 민주화의 길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