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이사직 순환 관행 깨져
市, 예상 외 인사 문제 고민
인천시가 행정안전부 산하 대한지방행정공제회에 물을 먹었다.

공제회 이사장에 이은 '넘버2' 자리를 지역별로 돌아가며 맡기로 한 '암묵적 룰'이 인천 차례에서 깨진 것이다.

이참에 지방공무원이 맡던 관행을 타파하고 순수 외부인으로 발탁해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시에 따르면 최근 행정공제회 관리이사직 후보에 이홍범 전 연수구 부구청장과 공제회 출신 강모 전 기획조정실장 2명이 올랐으나 최종 대의원 투표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공제회 관리이사는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임명될 수 있다. 이 전 부구청장은 경쟁자였던 강 전 실장과 경합을 펼쳐 많은 표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제회 관계자는 "전체 54명의 대의원 중 다수가 시·도별 노조위원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이 소신껏 투표하다 보니 이 전 부구청장이 탈락한 듯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관리이사직이 사실상 10여년 만에 인천으로 넘어온 '몫'이었다는 점이다.

실제 대전지역 부구청장을 지냈던 현 이모 관리이사 등 그동안 관리이사엔 대부분 다른 지역 공무원들이 임명돼왔다는 게 공제회의 설명이다.

시는 '인천 순서'라는 것만 철석같이 믿고 이 전 부구청장을 추천했다가 예상하지 못한 인사 문제까지 떠안게 됐다.

이 전 부구청장이 명예퇴직을 하지 않고 관리이사직에 도전했기 때문에, 공무원 신분이 유효한 그에게 새로운 보직을 부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 전 부구청장이 7월 정기인사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단단히 뿔이 난 시는 조만간 진행될 예정인 관리인사 재공모에 시 공무원을 추천하지 않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적으로 관리이사 공모에 관심을 갖지 않기로 했다. 이 전 부구청장은 보직을 받을 때까지 대기발령 상태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공제회 관리이사를 지자체별로 돌아가며 맡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이 전 부구청장이 탈락한 것은 프레젠테이션 발표 등 관리이사 지원자로서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행정공제회는 지방공무원들의 생활 안정과 복리 증진을 위해 설립된 행안부 산하 특수법인이다. 회원수는 28만명에 이르며 11조원이 넘는 기금을 보유하고 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