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어 같았지만 퍼펙트했던 바로 거기
▲ 철종이 살고 있는 숭의동 평화시장 옥상의 쪽방. 철종은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영훈을 데려와 함께 살게 된다.

 

▲ 중국 큰 손과의 게임을 앞두고 월미마이랜드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희진과 영훈.

 

▲ 철종이 영훈을 파트너로 끌어들인 뒤 희진과 함께 게임을 하러 다닌 신포동의 크라운볼링장.

 

▲ 백사장 일행과 신포동 일대를 거닐고 있는 철종과 영훈.


도박·볼링 결합된 새로운 오락영화
알짜배기 씬들 촬영돼 리얼리티 업

자폐아지만 숨은 볼링 천재 영훈과
그의 영웅 철종이 함께 사는 옥탑방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숭의평화시장

중국서 오는 큰 손과의 대결 앞두고
게임 브로커 희진과 소풍 간 장소는
지역 대표 관광지 '월미도 마이랜드'






인천 계양구에서 태어나 계산중학교와 작전고등학교를 나온 이다윗이 자폐증상을 앓고 있지만 볼링만큼은 천재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영훈 역의 주인공으로 열연을 보여준 영화 '스플릿'은 인천 신포동의 크라운볼링장, 숭의동의 평화시장, 월미도의 월미마이랜드 등 친숙한 곳에서 촬영했다.

화투의 '타짜', 바둑의 '신의 한수', 당구의 '허슬러'와 '컬러 오브 머니' 등 영화의 단골 소재인 '도박'은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과 함께 승부를 둘러싼 암투를 그려내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스플릿'은 도박 소재 영화의 계보에 어디서도 본 적 없던 새로운 영화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숙한 스포츠인 '볼링' 경기 이면에 숨겨져있던 '도박볼링'의 세계를 그려냈다.

볼링에 인생이 엮인 철종(유지태), 영훈(이다윗), 희진(이정현), 백사장(권해효), 두꺼비(정성화)와 그들을 둘러싼 거대한 '도박'의 세계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액션과 지금까지 베일에 싸여있던 '도박 볼링'이라는 새로운 오락 영화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 스플릿

'철종'은 과거 국내대회에서 퍼펙트 게임을 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의 선수였지만 전국대회 단체전 결승경기에서 내기 도박꾼들의 꾐에 빠져 경기를 일부러 패하게 한다.

돈을 잃은 도박꾼들의 추격을 피해 임신한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도망가다 사고로 아내와 뱃속의 아이가 죽고 자신은 오른쪽 다리에 보조기구를 착용하고 살게 되며 모든 것을 잃게 된 뒤 낮에는 가짜석유를 팔고 밤에는 도박 볼링판에서 선수로 뛰며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

'영훈'은 자폐라는 정신 질환 때문에 엄마에게 버림받고 할머니 손에 자랐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유산으로 남겨진 식당은 갑자기 나타난 엄마가 가로채고 영훈은 보육원에 맡겨진다.

하지만 영훈은 어릴 때부터 철종의 볼링경기 영상을 보며 철종의 모습에 반해 볼링을 하면서 천재적인 기량을 갖추게 된다.

볼링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철종은 특이한 자세로 볼링을 치지만 실력은 프로급인 영훈을 보고 호감을 갖게 되고 '도박 볼링'의 파트너로 끌어들인다.

'스플릿(split)'은 볼링에서 첫 번째 투구에 쓰러지지 않은 핀들이 간격을 두고 남아 있는 것으로 스플릿이 나면 보통 큰 실수를 범했다고 여겨지며, 남은 핀들을 처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스페어

'희진'은 과거 아버지가 운영하던 볼링장을 되찾으려 철종을 선수로 내세워 '도박 볼링' 게임을 벌이는 브로커이다.

볼링 감독이었던 희진의 아버지 덕에 볼링을 시작하고 훈련받아 대표급 선수가 된 두꺼비에게 아버지의 볼링장과 함께 이자만 3000만원의 빚을 진 희진은 영훈을 파트너로 삼은 철종과 함께 '도박 볼링'을 벌이며 승승장구하며 두꺼비에게 진 빚을 갚게 된다고 좋아한다.

하지만 내기꾼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면서 기피대상이 되며 초조해하는 희진에게 또다른 브로커인 '백사장'이 나타나 큰 게임이 있다며 철종과 영훈을 자신의 선수로 뛰어달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영화 '스플릿'은 평소에는 볼 수 없는 레인 너머의 기계실이나 그 곳에서 볼링핀이 세워지는 과정, 볼링 공이 굴러 들어가는 장면 등 새로운 시점과 장면들을 보여준다.

이러한 새로운 그림과 더불어 영화의 묘미를 더하는 것은 바로 통쾌한 사운드이다.

레인 위 발걸음 소리는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더하며, 볼링공이 굴러가는 소리부터 볼링핀들이 공에 맞아 세차게 흩어지는 소리 등 특유의 비주얼과 사운드는 그 자체로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 쾌감을 선사한다.

'스페어'는 첫 투구로 다 못 쓰러뜨리고 남긴 핀을 뜻하며 2번째 투구로 그것을 다 쓰러뜨리면 '스페어 처리'를 했다고 표현한다.


# 퍼펙트

철종과 영훈은 계약금 1000만원에 딴 돈의 15%를 받는 조건으로 백사장의 선수가 된다.

상대는 중국에서 오는 큰 전주(錢主)인 '은발노인'. 한번 투구에 수백만원이 오가는 첫 게임에서 철종과 영훈팀이 앞서나가자 은발노인의 눈짓을 받은 두꺼비가 기계를 망가뜨려 게임이 중단된다.

철종은 30%를 주겠다며 져달라는 두꺼비의 제안에 받아들이는 척하지만 영훈의 장래를 부탁하기위해 백사장 편이 되기로 한다.

철종은 한번 투구에 수천만원으로 판돈이 커진 두 번째 게임에서 막판 멋진 카운터 펀치를 날리며 백사장에게 수억원을 따게해준다.

두꺼비는 자신의 계략이 실패로 돌아가 큰 돈을 잃게된 은발노인에게 모욕을 당한 뒤 희진의 빚인 볼링장과 철종의 손가락 세 개를 걸고 일대일 게임을 하자는 제안을 하자 철종과 두꺼비의 운명적인 맞대결이 벌어진다.

숨막히는 승부를 벌이는 맞대결에서 과거 승부조작 경기의 상대팀 선수였던 두꺼비가 당시 상황을 상기시키며 집중력을 흐리게 하자 철종은 마지막 투구에서 고의로 파울을 내며 더 큰 승부조작의 당사자였던 두꺼비의 과거를 확인하며 반전을 일으킨다.

결국 보조기구까지 벗어버리는 투혼을 벌인 철종이 마지막 투구에서 스트라이크를 치며 승리를 거둔 뒤 두꺼비는 철종의 허리를 칼로 찌르며 해치려 하자 철종은 두꺼비를 끌어안고 건물밖으로 뛰어내린다.

영훈은 프로선수가 되고 10번의 투구를 모두 스트라이크를 치는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 뒤 철종은 휠체어를 타고 희진과 영훈, 셋이 길을 걷는 해피엔딩으로 '스플릿'은 막을 내린다.

영화 '스플릿'은 공이 굴러가야 할 레인 위에 도박꾼들이 모여 앉아 돈다발을 던지는 장면 등 흔히 알고 있던 볼링장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묘사하는 새로운 액션과 예상치 못한 장면들을 선보이며 가려져 있던 '도박 볼링'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스플릿' 속 명대사


윤철종役 유지태

# "퍼펙트 게임은 하늘에서 주는게 아니야. 네가 네 볼을 믿으면 되는거야. 네가 퍼펙트게임을 칠수 있다고 믿으면 네가 할 수 있어. 충분히."

- 영훈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퍼펙트게임을 받고 싶다며 할머니가 퍼펙트게임은 하늘에서 주는거라고 했다고 말하자 철종은 퉁명스럽지만 진심어린 마음을 담아 영훈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주희진役 이정현

# "싫으면 하지마라. 원래 이런건 같은 편끼리만 나눠 마시는거야."

- 영훈이 좋아하는 밀키스를 사주며 철종의 내기 볼링 파트너로 만들기 위해 같은 편이 되자고 하자 '스카치 게임'은 남녀 혼성게임이라며 거부하는 영훈에게 던진 말.


백사장役 권해효

# "볼링이 왜 사람 잡는줄 아니? 다음번엔 꼭 스트라이크 칠 것 같거든."

- 첫 번째 내기 볼링에서 파트너인 후배의 실수로 많은 돈을 잃게 된 철종이 600만원과 희진의 목걸이까지 걸고 치는 마지막 판에서 볼을 던지는 철종을 보며 하는 혼잣말은 도박판의 내기 심리를 한마디로 나타낸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사진제공=인천영상위원회